이 시는 가을이 깊어가면서 설악(雪嶽)에서 남하하는 단풍이 이제 막 서울의 남산까지 이르렀는데, 이를 보고 읊은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오래 동안 지속되어서 단풍이 예년에 비해 빛깔이 곱지 않다고 한다. 이제 이 단풍도 찬바람에 지고 나면 매서운 추위에 헐벗은 몸을 드러낸 채 한 겨울을 이겨야 한다. 나무든 사람이든 시련과 고통의 순간은 언제나 힘들고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멱(覓) 자가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지(枝), 취(吹), 비(悲)이고, 지운목(支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도 전범(典範)을 잘 지켰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지만, 木覓(목멱)은 남산의 옛 이름이다. 狷忿(견분)은 속이 좁아서 골을 잘 내는 것을 이른다. 歎羨(탄선)은 감탄하면서 부러워하는 것이다. 裎(정)은 옷을 벗은 벌거숭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