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0월도 거의 다 지나는 하순(下旬)이다. 일기 예보에는 이번 주에 첫눈이 폭설로 예상되어 주의보까지 발령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도 가까운 산과 집 주위의 뜰에는 단풍과 국화가 한창이다. 예로부터 10월이 속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등불을 밝히고 책을 읽어서 마음을 살찌게 하는 계절인 것이다. 이 즈음의 시흥을 한번 읊어 보았다.
이 시는 제1구의 2번 자(字)인 鐘(종)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평(平), 명(明), 행(行), 성(成)이고 양운목(陽韻目)인데, 제1구에는 압운(押韻)이 없다. 이런 경우 제1구의 마지막 자는 무조건 측성(仄聲)을 써야 한다. 측기식(仄起式)으로 지을 경우 제1구의 5번 자를 측성으로 써서 하삼평(下三平)을 면해야 한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제1구와 제2구의 1번 자만 평측(平仄)을 변화시켰고 나머지는 정형(定型)이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응종(應鐘)은 음력 10월을 나타낸다. 하한(下澣)은 하순(下旬)과 같은 뜻이다. 사객(詞客)은 시문(詩文)을 짓는 사람들을 말한다. 구측평(構仄平)은 한시의 평성과 측성을 시의 준칙대로 얽어서 시는 짓는 모양이다. 미상(微霜)은 옅게 내린 서리이다. 동봉(東峯)은 김시습(金時習)의 호(號)이다. 김시습은 5살에 세종이 대궐에 불러서 시를 짓게 하고 그 총명함에 비단 한 필을 상으로 하사하니, 들고 갈 수가 없는데, 비단 끝을 허리에 묶고 걸어 나가니 비단이 풀려서 가져갈 수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신총(宸聰)은 대궐의 임금이 들은 것이다. 백곡(柏谷)은 김득신(金得臣)의 호(號)이다. 김득신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어서 방금 읽고 들은 것도 금방 잊어서 <사기>의 <백이열전>은 무려 1억 1만 3천(현재의 113,000) 번을 읽었다는 기록이 있다. 병촉(秉燭)은 촛불을 잡는다는 것으로 불을 밝히는 것이다. 달문(達文)은 글을 잘 짓거나 잘 지은 글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