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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치 Oct 14. 2022

행복의 공식

영화 <어바웃 타임>





 '만약 당신에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능력을 갖길 원하나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 내 맘대로 과거 또는 미래로 가서 후회스러운 순간을 만회하거나, 불안한 앞날을 엿보고 오기를 바랐다. 그럴 상상을 할 시간에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꼬리의 꼬리를 무는 공상으로 소설 한 편 뚝딱 쓸 수 있는 나로서는 머릿속에서 떠나는 시간 여행이란 달콤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 중 가장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판타지다. 적어도 지금껏 내가 감상했던 영화들 중에선 그렇다. 타임슬립, 타임루프 등 그 형태와 관계없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사람들에겐 일말의 대가가 생기 마련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에선 사랑하는 사람이 현재를 이탈하거나, 같은 시간을 흘러갈 수 없음으로 인해 그의 연인이 슬픔에 빠진다. <소스코드> 같은 SF영화에서도 마찬가지. 현실이 뒤틀리거나 어긋나는 부작용인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한다. 하지만 <어바웃 타임>은 그런 역설을 조금 접어둔다. 여기서 시간 여행은 단지,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매개가 될 뿐이다.


(도널 글리슨) 21세가 되던 , 아버지( 나이)에게 가족의 비밀을 듣게 된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성인 남자들에 한해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있는 능력을 지녔다. , 과거로만   있다. 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팀은 직접 실험을  보고 나서야  능력을 믿게 된다. 시간 여행 방법은 간단하다. 어둡고 고립된 공간에서 눈을 감은채 이동하고 싶은 시간을 명확히 떠올리면 된다. 팀은  기술을 이용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의 연애와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쉽지는 . 남을 위한 선택을 했다가 자신의 인생 일부가 꼬여버리기도 한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을 다시 살고,  바로잡으면서  번뿐인 인생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알려준다. 어제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그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살게 된다.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팀과 메리의 결혼식이 감동적인 이유도 '  '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비바람이 몰아쳐 결혼식은 엉망이 되었지만 신부인 메리는 물론 하객 누구 하나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다혈질인 해리는 인상을 구기긴 했다). 팀이 나서서 맑은 날로 결혼 날짜를 바꿀  지만 메리는 "완벽했다" 말한다. 오히려 활짝 핀 미소로 거센 비를  맞으며 '결혼'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마치 인생에서 폭풍이 몰아쳐도 웃으며 즐기라고 이야기를 하듯이.

흰색이 아닌 빨간색 웨딩드레스,  신부 입장곡으로는 조금 낯선 노래 ' 몬도', 게다가 태풍급 비바람까지. '완벽한 결혼식' 공식을 전부 깼지만 가장 행복해 보이는 축제다. 이 장면은 너무나 익숙한, 그렇지만 특별없는 결혼식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관점을 완벽히 바꿔놓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날이 궂든, 드레스가 무지개색이든 무슨 상관일까.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있다면 어떤 초능력인들 마다할까.  <어바웃 타임> 연인과의 사랑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에도 집중한다. 다행히 팀의 가족은 후회스러운 순간 보단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집단이다. 많은 영화들에서 현명하고 다정한 아버지가 나온다.  작품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따뜻한 아버지상'으로선 <  바이 유어네임> 아버지와 버금간다고   있을 정도다. "결혼은 상냥한 사람과 하라" "팀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상냥한 남자"라고 말하던 다정한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과의 마지막 시간 여행으로 어린 시절의 팀과 함께 했던 바닷가 산책을 택한다. 다시 돌아올  없는 순간을 마지막으로 만끽하는 부자의 뒷모습에선 슬픔보단 따뜻함과 평화로움이  짙게 묻어 나온다. 




종종 오래된 앨범을 꺼내 본다. 시간을 거슬러 사진  5살 무렵으 돌아갈  있다면 아주 재밌을  같다는 생각을  때가 있다. 꼬마였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렇게 천진하게 웃고 있는지 궁금해서. 나는 친구와 만나서도 입버릇처럼 '시간을 돌리고 싶다' 말한다. 그때  선택이 달랐다면 지금보다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얄팍한 후회다. 가령, 다른 학문을 공부했다거나 모든  제쳐두고 세계 이리저리 배낭여행을 떠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해답 없는 질문들. 아직 30년을 채 살지 못한 경험치에서 나오는 사소하고 시덥잖지만, 그러나 우리에겐 무엇보다 중요했던 선택들.  그러나 사람은  변하지 않고, 나는 나를  안다. 그때 최선을 다해 선택한 결과가 지금의 인생라는 것을.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인생이  괜찮다는 것을.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 과거는 언제나 아쉽다.  <어바웃 타임> 행복 공식대로 매일이 행복하다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필요 없을 테니 앞으로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선택을 행복으로 이끌어내는  만이 내가   있는 전부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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