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시리즈 ep.01
이 글은 브이로그 같지만 소설인 ‘명자 시리즈’입니다.
명자는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에디팩토리. 각종 공기관 및 사기업의 사보를 만드는 소규모 편집회사였다.
거기 실장으로 있는 지인으로부터 먼저 입사 제안을 받은 상황이지만,
그냥 들어갈 순 없었다.
회사는 명자를 찜한 게 아니라 픽만 해놓은 상태로
그녀의 위상은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 정도였다.
결제 아니면 도로 제자리.
그걸 잘 아는 명자는 면접날에 맞춰 왕복 KTX 표를 예매했다.
회사도 명자가 궁금했겠지만, 그녀도 회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연봉에 식대 포함인지 아닌지,
자기의 업무 자리가 구석인지 통로 쪽인지―명자는 ‘은신모드’가 좀 되는 자리를 원했다―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
그중 업무 외 대화가 가능한 동지형 인간이 존재하긴 할는지 등등..
면접 당일, 명자는 지방에서 KTX를 타고 상경했다.
왕복 기차값 10만 원. 거기에 음료와 간식비까지 포함하면 12만 원.
명자는 그 돈을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입회비’라고 쳤다.
입회비까지 치렀는데, 떨어뜨리기만 해 봐라, 명자는 그런 마음도 좀 있었다.
에디팩토리에 들어서자, 면접관으로서 명자를 맞이한 건
자신을 추천한 실장과 기획팀 부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만만찮은 덩치를 자랑했고,
어딘가 ‘사보 만드는 여성 듀오’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먼저 부장이 말했다.
“3개월간의 인턴기간이 있어요.”
곧이어 실장이 말을 보탰다.
“그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우리 쪽 내부 규정이야.”
순간 명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눈치챈 듯 부장이 안심시키려는 말투로 덧붙였다.
“아, 인턴이라 해도 월급은 정규직 연봉 기준으로 드려요.”
그렇다고 해서 명자가 안심했냐고 묻는다면… 글쎄.
3개월간의 탐색기.
그것은 사실상 회사는 확대경 들고 명자를 관찰하고,
명자는 매일 ‘나 오늘 잘했나?’ 자가진단 키트를 돌려야 하는 걸 의미했다.
명자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서울에 월세 방을 구하자면 복비 30만 원, 이사비 30만 원, 첫 달 월세 6~70만 원…
총합은 이미 파산 직전.
그런데 3개월 뒤 “우리 회사랑은 안 맞네요.” 한마디면 명자는 곧바로 폐기각.
서울 입성에 쓴 돈은 휴지조각이 되는 거였다.
명자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면접 며칠 뒤 명자는 입사가 최종 확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명자는 포털 창에
‘최소 보증금’ ‘단기임대’, ‘역세권’, ‘풀옵션’을 검색하며
화면을 천천히 스크롤했다.
부동산 앱 속 방들은 전부 좁았고, 월세는 비쌌다.
그걸 볼수록 명자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든 가야 했다.
고시원? 원룸? 찜질방? 아니면 그냥 고향집에 주저앉아?
직장만 구하면 다 풀릴 줄 알았는데,
막상 짐 풀 곳 하나 없이 버퍼링 중인 명자였다.
명자는 회사가 아니라 자기 인생 전체가 인턴 같다고 자조했다.
그리고 화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어느 창문 없는 방사진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멈췄다.
명자 시리즈를 영상으로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 유튜브까지 손을 뻗어봤습니다.
브이로그에 소설 서사를 얹은 콘텐츠라 채널 이름은 브이노벨(V-novel)이에요.
1화 영상 하나 달랑 올라가 있지만, 짬 나는 분들 한 번 들러봐 주세요.
글과는 조금 다르게 풀어낸 부분들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