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시리즈 ep.03
명자는 서울 전철 노선도를 앞에 두고, 점점 반경을 좁혔다.
기준은 하나. 갈아타지 않는다.
‘회사까지 한 방에 갈 수 있고, 역에서 집까지는 도보 10분 이내.
관리비 별도에 월세 50~60 정도면 어지간한 방 하나쯤은 구하겠지.’
명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천진했는지는,
부동산 직원과 함께 첫 번째 방 앞에 서자마자 알게 됐다.
첫 번째 방은 반지하였다.
입구를 밟는 순간, 습기 어린 공기가 바닥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직원이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는 찰나, 명자는 말했다.
“여긴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돌아섰다.
직원이 뒤따르며 말했다.
“사모님, 그럼 반지하는 아예 안 보실 거예요?”
사모님?
명자가 아는 사모님들은 밍크코트 입고 기사 딸린 고급차에서 내리는 분들이었다.
적어도 월세 방 혼자 보러 온 백수 출신의 인턴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직원은 대화 한 줄 건넬 때마다 명자를 ‘사모님’이라 불렀다.
명자는 그 호칭이 조금 민망했다.
두 번째 방은 상가 건물의 꼭대기층 원룸이었다.
방을 보고서 쿰쿰한 냄새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길,
명자는 집을 보고 온 게 아니라 PC방에 들렀다 오는 기분이 들었다.
세 번째 방은 리모델링 완료된 미니빌라 안 원룸이었다.
실내는 깔끔했지만, 통로는 좁고, 창밖은 벽이었다.
그 뒤로 본 방들도 다 거기서 거기.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직원은 더 보여줄 방이 없는 듯했다.
“방은 이제 다 본 건가요? 더 보여주실 건 없는 거예요?”
“네, 가격대를 올리시면 더 보여드릴 게 있는데… 말씀하신 가격 선에서는 다 보여드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