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오늘의 따뜻함마저 아득하다
요즘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아내와도,
아이들과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이별할 날이 오겠지.
그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 두렵다.
그 하루가,
그 침묵이,
그 외로움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왔지만,
결국 가장 조용한 방에서 마주하는 건 ‘나 혼자’였다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는다.
방송국에서도 그랬고, 마을회관에서도 그랬다.
장애인을 돌보며 위로도 하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녁이 오고
불이 꺼진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으면
문득,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아직도 이렇게 고백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젊을 땐 외로울 틈이 없었다.
일하느라 바빴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송국에서 현장을 뛰어다니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느라
정작 내 안의 어둠은 외면한 채 살아왔다.
그 시절의 외로움은
‘사치’였고, ‘한가함’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사람은 곁에 있지만,
마음이 자꾸 먼 데로 가 있다.
내가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지 누군가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별,
자식들의 독립,
하나둘 멀어지는 관계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조차도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
그게 두렵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이따금 새벽에 일어나면
아내는 조용히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암투병 중에도 변함없이.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외로움은 잠시 잦아들지만,
또다시 문득 겁이 난다.
만약 언젠가 그녀가 내 옆에 없다면?
나는 그 시간을 잘 건너갈 수 있을까?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한 번도 혼자가 되어본 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 같다.
혼자가 되어보면 안다.
외로움은, 고독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흔드는 감정이라는 걸.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이렇게 글을 쓰며,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외로움은 지울 수 없지만,
함께 견딜 수는 있으니까.
나는 요즘 더 자주 기도하게 된다.
무언가를 간절히 구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조용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아내의 따뜻한 밥짓는 소리,
아이들의 웃는 얼굴,
반려견이 내 무릎에 고개를 기대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더 고맙고,
그 따뜻함을 잃을까 봐,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외로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는다.
조용히 앉아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그 안에서 더 사랑하려 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날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더 따뜻하게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