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오늘의 따뜻함마저 아득하다

by 최국만


요즘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아내와도,

아이들과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이별할 날이 오겠지.


그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 두렵다.

그 하루가,

그 침묵이,

그 외로움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왔지만,

결국 가장 조용한 방에서 마주하는 건 ‘나 혼자’였다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는다.

방송국에서도 그랬고, 마을회관에서도 그랬다.

장애인을 돌보며 위로도 하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녁이 오고

불이 꺼진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으면

문득,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아직도 이렇게 고백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젊을 땐 외로울 틈이 없었다.

일하느라 바빴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송국에서 현장을 뛰어다니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느라

정작 내 안의 어둠은 외면한 채 살아왔다.


그 시절의 외로움은

‘사치’였고, ‘한가함’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사람은 곁에 있지만,

마음이 자꾸 먼 데로 가 있다.


내가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지 누군가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별,

자식들의 독립,

하나둘 멀어지는 관계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조차도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


그게 두렵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이따금 새벽에 일어나면

아내는 조용히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암투병 중에도 변함없이.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외로움은 잠시 잦아들지만,

또다시 문득 겁이 난다.


만약 언젠가 그녀가 내 옆에 없다면?

나는 그 시간을 잘 건너갈 수 있을까?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한 번도 혼자가 되어본 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 같다.


혼자가 되어보면 안다.

외로움은, 고독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흔드는 감정이라는 걸.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이렇게 글을 쓰며,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외로움은 지울 수 없지만,

함께 견딜 수는 있으니까.

나는 요즘 더 자주 기도하게 된다.

무언가를 간절히 구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조용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아내의 따뜻한 밥짓는 소리,

아이들의 웃는 얼굴,

반려견이 내 무릎에 고개를 기대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더 고맙고,

그 따뜻함을 잃을까 봐,

나는 아직도 외로움이 두렵다.


외로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는다.

조용히 앉아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그 안에서 더 사랑하려 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날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더 따뜻하게 살아보려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게 도착한 마지막 월급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