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랑은 빠르지만,오래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40년을 함께해 온 나의 아내는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수많은 글을 써왔지만,
결국 내 마음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 물음이 남는다.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이건 내가 내뱉은 자화자찬이 아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내게 말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안다.
그녀는 내 인생의 절반이자, 나의 삶을 사람답게 만든 사람이다.
젊은 날 우리는 가진 것도 없었고, 미래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 하나로 버텼다.
아내는 새벽마다 출근했고, 나는 밤새 방송 일을 하며 세 아이의 미래를 그렸다.
가난은 우리의 일상이었지만, 그 가난이 오히려 사랑을 단단하게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은 빠르다.
눈빛이 맞으면 사랑이라 하고,
서로의 다름이 보이면 손쉽게 이별한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순간의 열정’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지켜내는 의지’다.
아내와 나는 수없이 다투고, 상처받고,
때로는 침묵으로 견뎠다.
하지만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젊은 세대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은 화려한 이벤트나 사진 속 미소가 아니라,
상대의 결함을 껴안고 하루를 함께 살아내는 일이라고.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많을 때,
그때야말로 사랑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고.
아내는 나를 완성시킨 사람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나의 삶을 고요하게 정리해준 사람이었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가장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는 흰머리로 서로를 바라본다.
예전처럼 설레지는 않아도,
그 어떤 사랑보다 따뜻하고 고요하다.
사랑이란 결국 ‘끝까지 남아 있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여,
사랑을 소비하지 말고, 지켜내길 바란다.
서로의 불완전함 속에서 완성을 찾아가라.
그 길의 끝에서야 비로소,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이란 ‘둘이서 함께 늙어가는 용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