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하지만 말하던 아이, 그는 언제부터 침묵 속으로 들어갔을까
2부
한때 말하던 아이였다.
비록 정확하진 않아도,
느리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청년이었다.
그 아이가,
지금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아니, 말하지 않는다.
나는 묻기 시작했다.
“기종이는 왜,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말을 멈췄을까?”
고등학교 때도 말을 했던 기종이 였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3년,
나는 기종이를 매일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는 나를 신뢰했고,
나는 그 아이의 몸짓 하나에도 집중해왔다.
그러나,
그의 과거는 나에게 낯선 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학교 친구들과도 어울렸다는 이야기.
간호사였던 그 친구는 울먹이며 말했다.
“기종이… 그때는 말도 하고, 웃고, 이야기하던 아이였어요.”
그 말이 내게 시간의 단서를 던져주었다.
기종이는 말을 하던 아이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침묵은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 아닐까.
나는 기록자가 아니라,
다시 추적자가 되었다.
나는 지금부터
기종이의 말이 사라진 그 시점을 추적할 것이다.
학교 시절의 교사,
졸업 이후의 생활,
가정 안에서의 변화,
그리고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를 심리적 충격의 순간들.
그 모든 시간을 되짚으며
나는 기종이의 입을 막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말을 잃은 한 아이의 조용한 삶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1년 전 기종이 머리를 깎아주기 위해서 들렸던 이발소가 생각났다.
어느날 그곳에 들렸을 때
이발소 사장님은 기종이가 자기 딸과 중학교,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했다.
마침 딸이 방에서 나오더니
“기종아, 잘 있었니”하며 인사도 건냈다.
역시 기종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이발소 사장님도 “기종이가 학교 다닐 때 말을 했는데”
그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또 읍내 치과에서 만난 고교동창이던 치과 간호사의 말
“기종이, 말을 했고,친구도 많았어요”
나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동네 어르신 들을 만나 탐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밝혀진 충격적인 얘기, 너무나 가슴 아픈 진실이 드러났다.
다음 편 예고
3부. 목소리가 멈춘 날
그날, 규종이의 마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