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비추면,
나는 오늘도 조용히 눈을 뜬다.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젊을 땐 몰랐다.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저 눈을 떴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제는 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라는 것을
하루 24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진정으로 깨닫고 있다.
1분 1초가 왜 그렇게 귀한지를,
왜 시간이 내 삶의 선물인지를.
젊을 땐 시간은 늘 넘쳐나는 것 같았다.
무한히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하루가, 아니
한 순간이 더 선명하게 반짝인다.
아무 대가 없이 이 지구 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돌아보면 내 인생은
기쁨과 슬픔, 성공과 좌절이 뒤섞인 긴 여정이었다.
때로는 내가 만든 일로,
때로는 남이 만든 일로 가슴이 저려왔고,
수많은 밤을 괴로움 속에서 보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일이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일이었다.
불교의 연기론이 말하듯,
모든 인연에는 이유가 있고,
그 고통조차 나를 단련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슬픔도 감사하다.
괴로움도 감사하다.
그 모든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아내가 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함께 숙식하던 시절,
그때의 아침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간절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새벽이 올 때마다 나는 빌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사람이 조금 덜 아프게 해달라.”
그때 알았다.
아침이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이 다시 시작되는 기적이라는 것을.
그 하루의 시작이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충분히 감사했다.
그 작은 희망 하나가 나를 살게 했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노년의 품격 있는 삶이란,
거창한 목표나 부를 가지는 게 아니라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에 감사하고,
저녁에 해가 지는 어둠에도 감사하며,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그 속에 나의 하루를 비춰본다.
이 모든 자연이 내 삶의 배경이 아니라,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주인공들이었다.
나이 들어 우리는 종종 거리를 둔다.
사람에게, 세상에게, 심지어 감정에게도.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 거리 속에서 기쁨을 창조하고,
감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노년의 지혜라는 것을.
기쁨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찾아야 하고, 내가 빚어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눈을 뜨며 감사하고,
숨을 쉬며 감사한다.
삶의 속도가 느려진 지금,
나는 비로소 삶의 진짜 의미를 배운다.
천천히 걷고,
조용히 바라보며,
하루를 온전히 느끼는 일.
그 느림 속에 감사가 피어나고,
그 감사 속에서 존엄이 자란다.
아침을 맞이하는 일은
살아 있다는 또 하나의 기도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그러나 깊이 숨을 쉰다.
살아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