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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Dec 28. 2019

파바로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음악가

그의 음악에 느끼는 감동을 배가시키는 다큐 <파바로티> 





음악의 힘은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롭습니다. 음악만큼 특정한 감정상태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예술은 없는 것 같아요. 선율과 리듬, 때론 목소리와 가사까지. 음악의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우리를 흥에 겨워 몸을 흔들게 만들기도 하고, 슬픔이 차올라 울먹이게 할 때도 있고, 한껏 로맨틱해져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경우도 있죠. 놀라운 건 그 음악의 힘이라는게 익숙한 장르를 넘어 모든 음악의 공통된 힘이라는 사실이예요. 가요나 팝송만이 아니라 친숙하지 않은 클래식이나 오페라도 마찬가지이죠. 


 편식 없이 음악을 고루 즐기려고 노력하는 저도 아직 클래식과 오페라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제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성악가 중 한 분 입니다. 아마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를 찾는게 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전세계적으로 성악이란 장르를 대중화한 장본인이었고, 당시 록스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린 전설이니까요. (한국에서도 몇년 전 한석규와 이제훈 주연의 <파바로티> 음악영화가 나오기도 했죠) 저는 그의 명성을 그 유명한 <Nessun Dorma> 영상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쓰리테너 콘서트의 실황 영상이었을 거예요. 파바로티의 믿을 수 없는 성량과 풍부한 감정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몰려와 왼쪽 가슴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만해도 그 곡이 오페라 투란도트의 수록곡인 것도, 내용도 가사도 몰랐지만, 절절함에 압도됐던 기억만은 생생합니다. 


 그런 체험이 다시 가능할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한 편이 더 맞는 말이겠네요. 그러나 며칠 전,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파바로티>를 보면서 그런 순간을 다시 맞이하게 됐거든요. 그의 노래가 세번이나 저를 울렸습니다. (울보라고 놀리셔도 할 말 없습니다) 론 하워드 감독이 파바로티의 삶을 복원해낸 이 다큐는 파바로티가 세계적인 테너로 인정받기까지, 그리고 단순히 테너를 넘어서 전세계적인 스타가 되기까지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파바로티가 음악가로서 지닌 인간적인 면모는 더욱 섬세하게 담아내죠. 재치있고 영리한 구성 덕분에 런닝시간 내내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 다큐가 가진 힘은 파바로티라는 한 사람의 매력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탈하면서 기이하고 담대하면서도 연약한, 사랑스러운 존재말이죠.







 파바로티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던데엔 유능한 조력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건 파바로티가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단숨에 친구로 만드는 그의 친화력은 천진난만한 본성과 인간에 대한 순수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맑디 맑은 감정의 힘은 노래를 통해 발산됩니다. 어쩌면 제가 그의 노래에 다시 압도되어 감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큐를 통해 진짜 그를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큐 말미에 U2 보노가 했던 주옥같은 코멘트처럼, 한 사람의 음악은 단순히 기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전 생애가 압축되어 있는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가 겪었던 삶의 곤경과 환희, 감정적인 폭풍들, 그의 믿음과 희망 같은 것들이 녹아든 산물이기 때문에, 그를 알면 알수록 노래에 담긴 감정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삶이 퍽퍽해져서 감정 따윈 메말랐다고 생각하는 분. 한때 음악 애호가 였음에도 요즘에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통 감흥이 없다는 분. 일상에 지쳐 나머지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분. 나 스스로의 인간적인 매력을 되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까지 다큐 <파바로티>를 추천합니다. 정확히는 <파바로티> 안에서 만날 수 있는 파바로티라는 한 사람과 그의 음악을요. 



파바로티의 'Nessun Dorma' 영상. (심장 폭격 주의. 여러분도 왼쪽 가슴에 손을 얹길 추천합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파바로티의 눈빛, 표정까지 전부 음악이 되는 듯. 


사실 'Nessun Dorma'는 오페라곡 중 손꼽히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Got talent의 스타 폴 포츠도 이 곡으로 주목받았죠.  



2013년작 영화 <파바로티>에서 주인공 장호가 무대에서 부르는 마지막 곡도 'Nessun Dorma'. 한석규와 이제훈의 연기가 성악이라는 비대중적인 장르의 약점도 커버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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