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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Mar 31. 2017

3월-아직 완성되지 못한 애도 (3)

세월호 인양

2017년 3월에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유례에 없던 국가적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에, 동시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훗날 역사 속에서도 의미 있게 기억될 달입니다. 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나는 끌어올려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수월하지 않고 언제 종결될 지는 모르나, 마침내 끌어올려지고 있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완성되지 않은 애도의 대상,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나는 회사 사무실 노트북의 팝업창으로 침몰 속보를 확인했습니다. 점심 시간, 사무실 건물 지하의 컴컴한 백반집에서 밥과 찬을 뜰 때 처음으로 뉴스 영상을 보았습니다. 커다란 선박이 서서히 기울며 바다 속으로 잠기는 모습. 도무지 현실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는 누군가 재난 영화 같다는 농담을 했습니다. 무리 중 몇 명은 웃기까지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배에서 구조된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아직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많은 학생들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이 보도 될 때, 모두가 식사를 멈췄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한순간 정지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비극 뒤에 경험한 현실은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구조 작업이 통제되고 원인 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알기 원하는 모두의 당연한 요청은 외면 당했습니다.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급기야 나라는 장님처럼 귀머거리처럼 이 비극과 비극에 슬퍼하는 이들을 대했습니다. 세월호와 노란 리본에는 사회 분열, 국정 혼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죄목이 더해졌습니다. 


나는 이 비극에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평범한 이들의 생과 사의 문제였습니다. 정치보다 앞선 인간 생의 문제였고 남겨진 사람들의 삶의 문제였습니다. 정부는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진실을 파악하고 내보여야 했습니다. 사건의 책임 소재 파악과 단죄, 보상, 대책 마련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모든 것들-은 그 이후에 이루어질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역할조차 나라는 하지 않았습니다. 앎의 권리가 박탈 당했고 기본적인 상식이 사라진 나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3월 22일,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기 시작했습니다. 단단하고 윤기 있던 배의 표면은 심하게 부식되어 있었습니다. 끌어올려진 배의 일부를 영상으로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이 사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최근 죽어있었던 모든 것들의 상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면당하고 거부당하며 몇 번이나 죽어야 했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끝에서, 비극이고 절망의 사체이자 끈질긴 투쟁과 염원의 증거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멈춰있을 겁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아득하게 잠겨있던 1073일은 모두에게 너무 길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배가 끌어올려지고 비정상의 무엇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서서히 우리는 애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떠난 이를 온전히 보내고 남겨진 이는 다시 삶을 찾는, 그런 정상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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