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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Jul 21. 2020

02-유난히 흐린 날의 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다를 보고 싶었다. 몸은 이미 바다 내음에 흠뻑 젖어있었지만. 탁 트인 전경,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울렁거리는 마음이 진정될까 싶었다. 양 할머니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곽지 해수욕장에 들렀다. 한낮의 해변은 음산했다. 하늘의 우중충한 낯빛이 바다 위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짙게 낀 해무가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뭉개놓았다. 반짝거리는 빛의 조각은 찾을 수 없었다. 파도는 앞선 파도의 등에 업히고, 또 업히고, 다시 뒤따라 업히고. 바다는 묵묵하게 지층이 되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나는 모래사장 위를 조금 걷다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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