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폭우와 폭염의 이중고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끝났다고 볼 수 없는 폭우

by Limi

오늘 오전 11시,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서울만이 아니라 경기와 인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내려졌던 폭염주의보가 오늘 폭염경보로 변경된거죠.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집니다. 폭염경보는 같은 조건에서 일 최고 기온이 35℃ 이상으로 올라갈 때 내려지죠. 장마가 끝난 여름에 뒤늦게 무더위가 맹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기상청의 폭염경보를 인지하지 않더라도 집 밖으로 나서는 것만으로 폭염은 확연히 느낄 수 있구요.


36℃까지 올라가는 한낮에 저는 집 안에서 에어컨과 선풍기 앞을 떠나지 않았어요. 커피를 내려 얼음을 잔뜩 넣고 얼려놓은 바나나를 먹으며 소박하게 더위를 피했어요.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고 조각조각 잘라 얼려놓으면 아이스크림 못지 않은 맛난 여름 간식이 됩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오후가 되면서 슬슬 좀이 쑤시더라구요. 그래서 여섯시가 조금 넘어 운동복을 입고 러닝을 나섰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내려가 망원한강공원을 거쳐 마포대교까지 뛰었어요. 해가 지지 않아서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워 애를 먹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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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을 제대로 달린 건 오랜만이었어요. 제주도에 다녀오기도 했고 장마도 계속되었으니까요. 오랜만에 찾은 한강변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참혹했습니다. 폭우와 침수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거든요. 강변 인근의 산책로는 진흙과 물웅덩이로 엉망이었고, 지반이 무너져 진입이 차단된 구간도 많았어요. 강변의 나무들이 뿌리채 뽑히거나 부러진 모습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산책로까지 스티로폼, 그물망 같은 강물의 쓰레기들이 떠밀려와 있었습니다. 범람했던 물살이 얼마나 거셌는지는 산책로 근처의 무너진 정자를 보니 추측할 수 있겠더라고요. 여름이면 즐겨찾던 망원한강공원수영장의 바닥도 진흙범벅이었습니다. 급하게 범람의 부산물을 밀어낸 곳도 있었지만 여전히 한강공원은 복구되지 못한 상태였어요.



폭염으로 장마가 다 끝났다고 여긴 저의 단순한 마음을 반성하게 됐어요. 올해 엄청난 침수 피해를 일으킨 장마는 그 피해가 복구되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삶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때까지 완전히 끝난게 아닌데 말이예요. 서울 한강변 침수의 피해를 복원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물에 완전히 잠기거나 산사태로 뒤덮인 지역은 더 심각하겠지요. 수해민의 삶의 터전이 복구되기 까지는 더 많은 자원과 노동,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테지요. 언젠가 비로 흠뻑 젖은 운동화를 드라이어기로 말리며 생각했습니다. 이 한 켤레의 운동화가 젖은 것만으로 생기는 불편은 온 세간살이가 젖은 수해민들의 고통과 비참을 얼마만큼이나 짐작할 수 있게 할까, 하고요. 완전히 젖어 너덜너덜해져버린 그들의 삶이 다시 마르기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요.



며칠 전부터 특별재난지역의 피해복구 활동에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존에 속한 단체가 없고 개인 자격으로 알아보고 있어서인지 여러 제약에 걸려 선정되지 못해 무척 안타깝습니다. 심각한 침수지역이 아니더라도 봉사인력을 구하는 서울 지역도 알아보고 있는데, 어느 곳에서라도 작은 일손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살벌한 폭염이 폭우의 여전한 피해를 가중시키지 않길 바라며. 그리고 우리의 안일한 기억이 이들의 피해에 대한 도움과 응원을 너무 빨리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KakaoTalk_20200823_125759011.jpg 진흙탕 너머로 해가 지는 한강은 무심하게도 아름답네요. 수해민들의 일상이 하루 빨리 평화를 찾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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