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i Nov 05. 2017

자주, 쉽게, 시 한 편

시 큐레이터 앱 <시요일> 예찬

 이제는 문화를 나누는 고급과 저급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의 구분은 강해졌지요.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빈번히 마주치는지가 애정을 결정짓는 주된 조건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말이죠. 


 저는 문학을 좋아합니다. 늘 책을 가까이 두려 노력합니다. 도서관과 서점이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고, 바쁜 하루 중에도 조금의 시간을 떼어내 꼭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소설과 비교해 시에 느끼는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의미 사이의 먼 간극 때문에 잘 이해되지 않는 특징 탓도 있지만, 자주, 쉽게 만날 수 없는 까닭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시가 일상적이고 평범한 무언가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요일의 탄생은, 시요일과의 만남은 유독 반갑고 감사합니다. 시요일은 출판사 창비에서 만든 시 전문 큐레이터 앱입니다. 3만 3천여 편의 시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방대한 시들을 골고루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들이 있어 담겨있는 시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줍니다. 









 <오늘의 시>는 엄선한 시 한 편을 매일 배달해주는 기능입니다. 좋아하는 책도 내가 직접 페이지를 펼치기 전에는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일 거르지 않고 찾아와 ‘딩동’ 노크를 하는 시요일의 시는 우리의 관계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골치 아픈 서류로 엉망인 사무실 책상이든 담쟁이 넝쿨이 뒤덮은 담벼락 아래든 불꺼진 방의 아늑한 침대이든 시는 찾아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마음으로 가만가만 읽는 집중의 순간을가질 수 있게 되지요. (이를 위해선 푸시 알람 설정을 켜놓으셔야 해요!)






 또한 시요일은 언제든지 시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터놓았습니다. <테마별 추천 시>는시인이나 독자가 선정한 다양한 테마와 그에 맞는 시들을 묶어 한아름 안겨줍니다. <검색> 기능도 막강해졌습니다. 시인, 제목, 본문, 테마에 따라 시를 찾을 수 있는 ‘키워드’ 검색이 있는 한편, 다양한 감정이나 주제, 시간, 소재 등에 분류된 시를 만나볼 수있는 ‘태그’ 검색도 가능합니다. 정말이지 원하는 대로 시의 품 안에서 마음껏 허우적거릴 수 있는 드넓은 놀이공원 같습니다. 







 게다가 시를 읽는 화면도 내 취향에 따라 다듬을 수 있어요. 몇 가지 색으로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시의 바탕색을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글자 크기도 행간 간격도 미묘하게 조절할 수 있지요. 맘에 드는 시구를 공유하는 똘똘한 기능도 있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구절을 내가 직접 선택합니다. 그리고 배경이미지를 고르면 나만의 시갈피가 완성되지요. 버튼 하나로 뚝딱 완성되는 이 시갈피를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손쉽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종이쪽지에 한글자씩 옮겨적던 수고는 덜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 순간 바로 보낼 수 있는 행운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은 <시인 낭송> 입니다. 그런 날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쫓기고 휘둘리고 괴롭힘 당해 완전히 소진되어버린 하루. 그럴 땐 해소할 계기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들고 액정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읽는 행위조차 힘겹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 저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 시인들이 읽어주는 시를 듣습니다. 어릴 적 잠들기 전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책이 생각납니다. 시인의 음성을 타고 전해지는 시구는 마음의 애달픔을 정확히 겨눕니다. 아마도 가장 나근나근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가 정확히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목소리만으로 설움은 충분히 어루만져 지지요. 


지친 날 시요일의 시인 낭송과 함께. 김중일 시인의 <양초> 





 시요일 앱을 다운받아 회원 가입 후 이용하면 <오늘의 시>나 <시요일의 선택>,그리고 <테마별 추천 시> 일부기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료 이용권을 구매하시면 등록된 시 전체와 탑재된 기능을 모두 누릴수 있지요. <시인 낭송>이나 <스크랩과 공유> 등 특별한 매력의 기능들까지 말이지요. 시를 사랑한다면, 혹은 사랑해볼 작정이라면 기왕이면 이용권을 구매하고 등록해, 손 안의 거대한 시의 놀이공원을 즐겨보는 걸 추천해요. (지금 10만 다운로드 기록을 기념한 할인 이벤트 진행 중!)


 마음에 사무친 시집 몇 권을 사 책장에 꽂아놓은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오래 전 사놓은 시집을 꺼내 모퉁이를 접어놓은 페이지를 펼친 횟수보다 지난 달 시요일을 만나 그 안에서 시를 검색해 읽은 횟수가 더 많아요. 누군가는 낭만이 결여된 모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의 출현이 새로운 낭만이지 않을까요? 시요일 덕분에 저는 오랫동안 동경할 뿐이었던 시를 정말 좋아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요일 특별판 시집 5종 세트. 시요일 내에서만 살 수 있는데, 구성도 빛깔도 맘에 들지 않을 수가 없다.




*

시요일 홈페이지 https://www.siyoil.com/

시요일 앱 다운로드(구글 플레이 스토어) http://bit.ly/2piIvMf

시요일 앱 다운로드(애플 앱스토어) http://apple.co/2nYtI9f

시요일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iyoil/

*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도 무고하진 않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