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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Jul 20. 2018

당신을 위해 남겨두었어요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남겨본 사람은 압니다. 음식의 온기가 식기 전에, 신선함이 아직 남아있을 때, 그 사람이 어서 와주어 내가 느끼는 맛있는 행복을 함께 나눠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은 상해갑니다. 음식의 고약한 냄새와 색깔에서 나는 내가 기다렸던 시간의 괴로움을 봅니다. 그건 그 사람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줍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지 못할 거라는 사실까지도요. 

먹을 수 없게 된 음식 앞에서 기다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게 묻습니다. 망가진 음식, 건네주지 못한 행복, 대답을 듣지 못할 나의 마음은 이제 어디에 두어야 하는 걸까요.  



나는 더 기다려야 할까요? 기다릴 수 있을까요?





 글을 쓰는 일은 나 자신에게 진솔해지는 행위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을 짓기보다 마음 속에 차오르는 말들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글은 언제나 첫번째로 저를 위하는 고백과 위로였어요. 부끄럽기도 괴롭기도 한 그런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그이의 깊은 속내에 작은 울림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기적에 가까운, 경이로운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저 자신을 위해 써왔다면, 그 중 어떤 글로 책을 만든 까닭은 그 기적을 꿈꿨기 때문이에요. 엄마아빠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스미듯이, 결혼>과 손 안의 작은 책 <잠들기 전에>를 만든 것도 어떤 의미로든 누군가에게 가닿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그리고 힘겨운 시간을 통과해나온 제가 또 하나의 책을 엮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남겨두었어요>는 이별과 기다림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던 저는 글을 썼고, 저의 소중한 친구가 그 글에 위로받으며 그림을 그렸어요. 이 책을 만드는 시간은 저희 각자가 가장 힘겨웠던 이별을 극복하는 시간과 겹쳐집니다. 소박한 형태의 위로라도 상처받은 마음에 깃드는 온기를 분명 가지고 있음을 저희는 믿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희의 위로를 누군가의 곁에 놓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지요.  


 이별은 슬프고 괴롭습니다. 소중한 이를 다시 볼 수 없는 슬픔은 감당하기 어렵고, 이별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만들죠. 이별이 준비할 시간을 주며 천천히 다가올 지라도, 우리는 그 이별을 인정하기까지, 그 이별의 고통을 추스리기까지도 참 많이 아픕니다. 때로 우리는 감정을 정리하고 상대방을 잊는 고통스러운 작업 대신 이별을 부정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편을 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지 않을 이를 기다리는 일도 결국 다른 형태의 아픔일 뿐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부정하고 싶은 이별 앞에 마음은 어떻게 추스려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은 내려질 수 없을지 모릅니다. 답이 있더라도 어쩌면 우리는 깨닫지 못할지 모르고, 설사 답을 알게 되더라도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식탁 위에 사과를 놓아두었습니다. 빨간 사과가 거멓게 썩어가는 시간 동안, 이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 아이는 어슴푸레 알아갑니다. 우리는 아이를 통해 이별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혹시 우리 안에도 아직 미련하게도 보내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지 되돌아보고 싶어요.








 8월 정식 출판에 앞서 텀블벅 프로젝트로 먼저 후원을 진행해요. 프로젝트는 8월 5일(일)까지 진행합니다. 그림책과 더불어 엽서와 스티커도 함께 받아보실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어설프고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심있게 지켜봐주세요. (링크는 하단에 첨부할게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저는 이곳에 계속해서 진솔한 글들을 써나가는데 게을러지지 않겠습니다.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는 저 자신을 위해, 그리고 그 노력을 어여쁘게 여기고 응원해주시는 여러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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