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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Aug 13. 2018

상트페테르부르크만큼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0)

 러시아로 여름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을 때 놀라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왜 하필 러시아냐고요. 그 물음은 오히려 절 당황하게 해서, 저는 이렇게 되묻곤 했죠. “어째서 러시아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적이 없나요?” 2018년 월드컵으로 러시아는 우리에게 한층 가깝게 느껴지게 됐지만, 이전에도 낯선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볼쇼이 발레단이나 차이코프스키, 톨스토이의 나라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으니까요. 다만 여행지로서 사람을 끌어당길 강력한 매력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약했던 건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기껏해야 시베리아 횡단 열차나 보드카를 떠올리며 고개를 젓고, 차라리 러시아 정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해서 저에게도 러시아는 최우선으로 둘만한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수많은 도시 중 상트페테르부르크만은 예외였습니다. 이 도시는 오래 전부터 선망해왔던 곳이었어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아름다운 도시 정취, 문학 그리고 백야 때문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도시 중 유럽 느낌이 가장 강해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계획된 모방에 의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어딘가 기묘한 면이 있지요. 도시 전체적으로 존재하는 모순과 기묘함은 예술가들에게는 중요한 영감이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러시아 작가들의 활동 무대이자, 주요 작품 속 배경이었다는 점도 저에게는 크나큰 이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묘한 환상을 완성시키는 마침표, 백야가 있어요. 


 누구나 마음에 담고 언젠간 그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풍경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에겐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의 다리 위에서 아름다운 도시를 바라보며 백야 한가운데를 걷는 그 풍경이, 소중하게 품어왔던 선망이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선망하는 마음은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감정의 두 축 중, 동경에 더 가깝습니다. 아를, 포지타노, 피렌체 같은 도시가 저에게 낭만이자 애정의 풍경이었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베를린이나 프라하처럼 동경과 경외로부터 추앙하게 된 풍경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립던 친구를 만나는 설렘보다 존경하는 스승을 방문하는 신중함으로, 저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큰 기대를 안고 떠난 여행길은 작은 후회조차 주지 않더군요. 


 저의 소박한 감회를 이제 이 곳에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머물었던 풍경 속을 함께 걸어보시겠어요?


아름답고 기묘한하며 문학적인, 러시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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