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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끝내버린 '행사 진행요원'

2025 한마음대회 (4)

by 이연

<시연회장(4층) 약도> *PC버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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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수련실ㅣ............. l ....................... l .............l 1수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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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 안내판 .................. l ..............

............ l ...화장실 l ............................계단 .....


내가 있었던 곳 (행사장 내부)

사실 진행요원이라고는 했지만 나한테 무전기를 주고 '시연회 때 2수련실 진행요원을 맡아라'라고 했을 뿐 나한테 '이걸 신경 써라' '이런 걸 하면 된다' '시연회는 이런 식으로 진행될 거다'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2수련실 담당으로 배정받았을 때 나는 그 안에 있으면서 체험부스들이 잘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일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원래는 관리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정도로 관리하는 것은 청소년이 대상일 때나 필요한 것이지 성인들만 참여하는 곳에서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1수련실 담당이던 분이 이쪽에 와서 "이제 좀 한가해져서 이쪽 체험하러 왔어!"라고 말하는 걸 보고서야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 있어야 했던 곳(행사장 입구 안내판)



그분이 계셨던 곳은 4층 입구에 있던 갈림길이었다. 안내판 앞에서 "서울 지역은 2수련실입니다. 저쪽으로 가세요." "경기 지역은 이쪽으로 가시면 돼요." 하는 식으로 안내를 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이게 진짜 중요한 일이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안내만 해주면 그 이후는 참가자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분이 자리를 비우고 이쪽으로 온 이유는 이제 안내할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시에 행사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2시 50분 정도가 되어가니 이미 올 사람은 다 온 상황이긴 했다. 그분이 자기 몫을 다 하고 맘 편하게 즐기는 동안 나는 이미 늦었더라도 원래 해야 했던 일을 하기로 했다. 혹시 누군가가 더 올지 어떻게 알겠는가.


"어디로 가야 돼요?"라고 먼저 묻는 분들께 설명하는 것은 쉬웠지만 말없이 두리번거리는 분들께 다가가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나요?" 하고 먼저 말을 거는 것은 꽤나 어려웠다. 다행히 몇 번 해보고 나니 멀리서도 명찰에 적힌 지역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서울은 이쪽으로 가서(2수련실) 들어가면 바로 있어요." "광주·전남은 이쪽!"같은 식의 멘트가 가능해졌다.


막타 치는 건 진정한 행복이 맞다 - 이연 -

중간에 여유가 생기자

나는 1수련실로 가서 광주·전남 부스에 참여했다. 붓 펜으로 부채에다가 본인 나름의 문구를 적어 넣는 활동이었다. 모두들 이 활동은 꼭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 활동이 최고였던 이유는 자신이 문구를 적은 부채를 그냥 주었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 아래에서 이것보다 훌륭한 기념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갔을 때는 광주·전남 부스의 활동이 거의 끝나갈 때였다. 행사 시간은 3시 반까지(내가 간 시각은 3시)로, 시간은 충분했지만 준비해 온 부채 물량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자리가 다 차 있던 상황이라서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하는지 갈팡질팡 했지만 용기를 내서 "저 이거 해보겠습니다!"라고 외친 덕에 글씨를 쓸 부채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가져간 부채가 마지막이었고, 내 다음에 온 사람들은 "아이고~벌써 끝났어요?" 하고 크게 아쉬워했다. 막타를 내가 쳤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 들어 [진정한 행복을 찾다 -이연-]이라는 문구로 부채를 채웠다.



부채를 얻은 다음에는 자리로 돌아와 안내를 계속했다. 의외로 다른 쪽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돌아가던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안내를 많이 했다. 끝나기 20분쯤 전에 교수님들도 참여를 했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 시연회는 마무리되었다.


발표회 동안 낮잠 타임을 보내느라 시작 전의 사진 하나밖에 못 찍었다.

시연회 마무리 이후 강당에 모여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사례발표대회>를 진행했다. 이 대회는 각자가 창안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평가받는 자리다. 다만 발표를 듣던 도중 정말 이상한 일이 발생했는데,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다른 팀이 무대에 서 있었던 것이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마지막 팀이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발표회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에서 얼핏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아니, 분명히 '발표회 시작합니다!' 했는데 눈 깜빡하니까 '발표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더라고요." "어우~ 나도 힘들어서 뭐라고 하는지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 이 시간에 대해서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나만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닌 듯하다. 오후 3시 반, 무주 태권도원 대강당에 있던 사람들은 단체로 마법이라도 걸렸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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