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마음대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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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실습실 자리 배치> *PC버전 그림
------ 울산 ---- 대구·경북 ------
인천 ....................................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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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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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 -----
2시가 되어 본격적으로 <청소년 교육실습 프로그램 시연회>가 시작되었다. 시연회는 한마음대회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시작하자마자 들어온 사람들은 입구 쪽에 있는 서울지역 부스로 몰려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상대로'라고 생각했다. 나는 최소한 초반에는 서울 쪽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방송통신대는 재학생들이 대부분 나이가 좀 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만들어진 인연은(만들 의지가 있다면) 다른 대학들 이상으로 상당히 끈끈한 편이다. 졸업 후에 본인이 다니던 스터디 모임에 사무실을 빌려주는 분도 있고, 졸업 이후에도 자기 지역 학생회에 후원을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런 만큼 1년에 한 번 열리는 한마음대회에는 이미 졸업을 했음에도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동문 참가자'보다 '재학생 참가자'가 많긴 하지만, 동문 참여자도 꽤 많은 수를 차지한다.
특히 서울지역 측은 서로 모이거나 교류하기가 쉬운 편인데, 타 지역에 비해 학생회와 동문회, 스터디 모임들 모두가 더욱 끈끈하게 이어져있는 편이다 보니 동문들도, 재학생들도 이번에 많이 참여했고, 서울의 참가자 수가 가장 많았다.
그런 이유에서 초반에는 서울지역대학 부스로 사람들이 몰리고, 그 이후의 서울 부스는 좀 한산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즉 '서울에서 온 사람들은 서울부터 갈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자기 지역부터 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하나씩 돌아가면서 할 테니까 적당히 맞춰지겠지' 정도의 예상이었는데, 꼭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오래 붙어있어야 하는' 부스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팀은 2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부루마불 류의 주사위 게임으로, 특정 칸에 도달하면 미니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이중 게임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시간 안에 과자 먹고 휘파람 불기, 손 안 쓰고 탁구공 옮기기 등을 미니게임으로 준비했다.
두 번째는 공 던져서 과녁 맞히기.
이렇게만 말하면 그냥 장난 같지만, 이 활동은 조금 색다른 방식의 접근을 택했다.
우선 스트레스 조사 설문을 간략하게 한 다음 그 종이를 구겨서 공 모양으로 만들어서 던지는 것이다.
진행자 분들이 '스트레스를 확 구겨버려요!' '확 던져버려!' 같은 멘트로 양념을 잘 쳐줬기에 꽤 호응이 좋았다.
2개의 활동을 준비한 팀은 서울 팀이 유일했기도 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활동이었다는 점에서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부산 팀이다.
프로그램 이름을 '살곰살곰'이라고 지은 이쪽 팀은 '곰인형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다. 종이접기 하듯이 '천 접기'를 하는 활동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쪽은 사람이 확 몰리지는 않았지만 한 시간 반 내내 빈자리 없이 꾸준히 자리가 차 있는 상태를 유지했다. 시간이 꽤 걸리는 활동이라서 나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참여한 분들의 반응을 보면 꽤나 만족스러운 활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울산 팀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얼굴 만들기'. 동그란 쿠키에 시리얼 류를 크림으로 붙여서 얼굴을 만들고 인증샷을 찍(고 맛있게 먹)는 활동이었다.
내 느낌으로는 나름 재미도 있고 맛도 있었던 괜찮은 활동이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서일까. 안타깝게도 이 부스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고 비어있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돼서인 것도 있었을 것이고, 활동 시간이 너무 짧아서 금방 해치우고 다른 데로 이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많이 간 곳은 같이 즐겁게 떠들 수 있는 곳이거나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작업하는 쪽이었는데 이 활동은 다소 애매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찾아올 만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하지 못한 것이 크다고 본다. 바로 옆의 대구·경북 부스는 사람들이 미어터졌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동안 이쪽 체험도 좀 해 보시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다만 부스 진행자들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니 오히려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다. 부스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다른 지역 팀과는 달리 울산 팀 멤버들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 상황에 적응해 여유를 갖고 교대로 여기저기 체험을 다니고, 다른 부스에서 너무 재미있게 활동들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부스 만들기도 해 보고, 운영도 해보고, 다른 부스 체험까지 즐기다니. 사실은 내 시야가 좁은 것이고 진정한 승자는 이쪽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가장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부스는 대구·경북 부스였다. 이 부스의 활동은 미니컵 바닥에 '레진 아트'를 하는 활동이었다.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쉽게도 참여하지는 못했다.
실제로는 사진에 비해 3배쯤 많은 인원이 계속 몰려있었다. 그때는 인파 때문에 접근해서 활동 장면을 찍는 것이 불가능했을 정도였다.
'청소년 실습 프로그램 기획'이지만 이 활동은 성인들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 같다. 부산의 인형 만들기나 서울의 미니게임 같은 건 확실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미 해본 적이 있는, 다 아는 맛이다. 말하자면 집밥 대신 근처 짜장면집에서 배달시키는 정도의 새로움이랄까. 하지만 '레진 아트'라는 것은 경험해 봤을 가능성이 낮고,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이 기회가 아니면 다시 해볼 기회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건 기간 한정 호텔식 서비스 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팀들의 짜장면에 비해 압도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 개인적 감상으로는 아이템만 따졌을 때는 대구·경북 팀이 단연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충북 팀 부스다.
이 팀은 클래식하게 구슬이랑 여러 액세서리들로 키링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다. 부스 준비도 많이 늦게 시작했고, 활동 내용도 많이 본 내용이긴 했지만, 많이 봤다는 것은 최소 평타는 친다는 뜻이다. 이 부스도 꽤나 사람이 많이 모였다.
충북 부스는 부스 위치가 인기 1위 대구·경북과 2위 서울 사이에 위치했기에 반사이익을 누린 면도 있었던 것 같다. 대구·경북 부스에서 너무 오래 서 있던 사람들이 근처에 있는 충북 부스 자리에 앉는 모습도 많이 관찰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쪽은 '심플하고 무난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참여자 평점을 받는 구조였다면 꽤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천 팀이다.
아쉽게도 이 부스는 시연회가 막 시작할 때쯤 준비를 마쳤기에 내가 사전에 체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 이쪽 부스는 부산보다 안쪽 자리로, 입구와 거리가 먼 불리한 위치임에도 부산의 곰인형 만들기처럼 자리가 비는 일 없이 꾸준히 약진했다.
인천의 프로그램은 초록색 돌에 액세서리를 붙여서 키링을 만드는 활동이었는데, 이 초록색 돌은 바다로 여행 갔을 때 직접 모아 온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닌데도, 정말 열정이 어마어마하구나 싶었다.
이 팀은 다음 날 이어진 시연회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팀워크나 서사, 준비성등에서 가산점이 있긴 했겠지만 가장 큰 포인트는 '청소년 대상 활동'으로서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성취감을 줄 수 있게 프로그램을 설계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대구·경북이 가장 좋았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청소년들에게는 어렵고, 비용 문제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천 팀, 대상 축하합니다.
이렇게가 내가 있던 2실습실의 6개 부스다. 옆에서 지켜 본 바로는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진행요원 역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꺼려졌었는데, 최소한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 걸 싶다.
한편 1실습실에서도 경기, 광주·전남, 강원, 경남, 대전·충남 총 5개 부스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 이외의 다른 진행요원들은 자신들의 진짜 역할을 찾아서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