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마음대회 (1)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 눈을 떴다. 시계를 확인하자 새벽 5시.
원래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시간대이지만 일찍 나가야 하는 날은 희한하게도 1시간씩 빨리 눈이 떠진다.
6시쯤 출발하면 되기 때문에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 다음 침대에 다시 누웠다. 하지만 정신은 계속 또렷한 상태다.
'2025 한마음대회'는 전국의 방송통신대학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 같은 행사이다. 방송통신대학 특성상 학교에 모이기보다는 집에서, 자기 소속 스터디에서 공부할 뿐 딱히 마주치고 친분을 쌓을 일이 없다. 교수님 얼굴도 온라인 강의로밖에 보지 못한다. 1년에 한 번 있는 이 '한마음대회'는 방송통신대 학생들에게 여러 모로 귀중한 기회인 것이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5시 40분이 되어 맞춰둔 알람이 울리자 몸을 일으켰다. 옷은 전날에 챙겨뒀고 그 외에는 짐이 없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면도와 세수만 하고 미리 싸둔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이번 한마음대회는 전북에 있는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렸다. 나 같은 서울지역 학생들은 서울지역대학 건물에 모여서 같이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에 일찍 일어나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 출발 시각은 오전 7시 반. 물론 짐 옮기는 것까지 도울 생각을 하면 7시 정도에는 도착해야 한다. 집에서 뚝섬역(서울지역대학)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6시쯤 집에서 나왔다.
느긋하게 걸어서 역에 도착하자 열차 전광판에는 '당역 접근'이 떠 있었다. 평소 러닝머신 뛰던 스피드로 에스컬레이터를 빠르게 주파, 간신히 열차에 탑승하는 데 성공했다. 열차에 타고나니 평소와 다르게 좀 답답했다.
대국날이면 바둑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오늘은 무주에 도착해야 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뭘 하는지 알아야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켰다.
한마음대회 2주 전에 서울지역 학생회장님께 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회장님이 본론을 꺼냈다.
1. <청소년 실습프로그램 시연회>를 할 건데 진행 스탭 중 한 명으로 참여해 달라.
2. <장기자랑 대회>가 있는데 서울지역 대표팀 중 한 명으로 참여해 달라. 우리 팀은 [난타]를 할 예정.
어차피 한마음대회에 참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알차게 보내는 게 낫겠다고 (아주 위험한) 생각을 했다. 나는 '둘 다 하겠다'라고 얘기했다.
7시에 서울지역대학에 도착해서는 명단에 체크하고 단체티를 받았다. 짐 챙기는 것을 돕고 싶었지만 뭐가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몇 개 옮기다가 도움 안 되는 게 느껴져서 그냥 버스에 탔다.
버스에 타자 뒷자리에 앉으신 분이 '이거 하나 먹어둬라'면서 귀한(?)걸 주셨다. 환약에서는 에너지가 불끈 솟아날 듯한, 그렇지 않으면 좀 억울할 수준의 강렬한 맛이 느껴졌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내가 소속된 스터디인 포레스트 대표님께서도 큼지막한 간식 봉지를 주셨고, 학생회 분들은 명찰과 함께 김밥을 나누어주셨다. 오전 7시 집합은 아무래도 아침을 먹고 오기 힘든 시간대였고 그걸 알고 이렇게 챙겨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나는 입 안에 남은 한약 냄새를 씻어내기 위해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었다.
버스가 출발한 직후, 한 명씩 마이크를 받아서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포레스트 스터디 소속 신입생 이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넘겼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이틀간을 게임으로 채우기보다는 사진과 글로 꼼꼼하게 기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