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마음대회(2)
첫 번째 글(버스에서 씀)을 마무리해 갈 때쯤 안성휴게소에 도착했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다음 휴게소까지의 시간을 고려해 한 번 비우고 오기로 했다.
버스에 다시 타자마자 나는 아까 받았던 김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더 늦게 먹었다가는 (당시 8시 반) 점심을 먹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밥의 2/3쯤 먹었을 때, '난타' 팀 단장님께서 저녁에 할 '난타'공연 연습을 하자고 하셨다. 공연장 가서는 리허설을 제대로 해볼 시간이 없기에 여기서 미리 연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김밥을 급하게 입에 털어 넣고 연습을 시작했다.
한마음대회 1주일 전 우리 '난타' 팀은 같이 모여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주제로 기획을 하신 우리 팀의 단장님께서 전문가이셨기에 북과 배경음악까지 전부 준비해 오셔서 연습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른 분들이 어려워해서 내가 1대1로 코치하기도 했다.
음악을 어떻게 할지도 다 같이 이야기했다. 이 부분에서 엔딩을 낼 것인가, 저기 간주에서 끊고 갈 것인가 등등. 4~5시간 정도를 연습한 끝에 모두가 어느 정도 칠 수 있게 되자 그날의 연습이 끝났다.
공연 때 사용할 노래를 스피커로 튼 채로 다 같이 북을 (허공을) 치면서 박자를 떠올렸다. 신기한 것이, 일주일 전에 처음 연습할 때는 북을 정확하게 치는 것만 신경 썼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노래 가사도 다 들리고, 멜로디 전체를 들으며 박자를 맞춰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라면 저녁에도 문제없이 잘 해낼 것이라고 느꼈다.
다음 휴게소에 도착하기 전, 내 명찰과 같은 방을 쓸 사람들 명단을 받았다. 인원수를 보니, 아무래도 참여한 남자 전원이 한 방이 된 것 같다. 다행히 이 방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안면이 있기에 내 입장에서는 편하다.
10시쯤 두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다.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좀 애매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점심을 먹을 타이밍조차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미리 식사를 하고 움직이기로 했다. (김밥을 더 늦기 전에 먹어둔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0시에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다.
김밥을 먹은 지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던 더라 나는 배에 뭔가를 넣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제일 싼 메뉴인 7천 원짜리 된장찌개를 골랐다. 휴게소 밥이라서 그런지 맛이나 양은 꽤 빈약했다. 역시 돈을 좀 더 들여서라도 돈가스 시킬 걸 그랬다.
버스는 11시 반 정도 되어서 행사장인 무주 태권도원에 도착했다. 사실 버스 안에서는 1시 반부터 뭔가 시작할 테니까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해 보니 그럴 정신이 없었다. 우선 난타 공연 때 사용할 북을 옮겼고, 학생회 물건을 옮기고, 행사 물건을 옮긴 다음 그걸 다 정리하고 나서야 가져온 짐을 풀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나니 순식간에 12시 반이 되었다. 여유 있게 쉬기는커녕 급하게 화장실만 다녀온 다음 대강당으로 집결해야 했다.
잠시 쉰 다음 나를 포함한 진행요원들은 도약센터 3층 대강당으로 모여 무전기 전원 켜는 방법, 연락받았을 때 대답하는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
연락을 못 받아서 늦게 온 사람들에게는 내가 다시 설명했다.
오늘 진행할 첫 번째 행사는 <청소년 교육실습 프로그램 시연회>였다. [서울지역], [경기지역], [전남지역] 등 지역별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만한 프로그램들을 하나 이상 준비했고, 그 프로그램들을 한마음대회 참가자들(아줌마 아저씨들)과 교수님들이 직접 참여해 보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었다.
내가 배치된 곳은 4층 2수련실이었고, 한 명은 4층 1수련실로 배치받았다. 나는 2수련실 안에 들어가 행사 준비 중인 사람들과 인사하고 오늘 준비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상 밖의 손님도 있었다. 행사 당일은 '태권도지도자 자격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태권도복을 입고 검은 띠를 두른 몇 사람이 내가 있는 2수련실로 들어와 "여기서 잠깐 연습 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행사 때문에 시끄럽긴 할 거에요. 연습할 공간은 충분하니까 소음 상관없으면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라고 안내한 다음 벽에 기대서 잠시 숨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