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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 : 광란의 밤(2)

2025 한마음대회 (8)

by 이연
히히4.jpg 12시. 슬슬 자리를 뜨는 사람들


좋았던 분위기는 김태한 학과장님을 마지막으로 교수님들이 서울 방에 오지 않으면서 흔들렸다. 한마음대회가 교수님들 얼굴을 보고 대화할 몇 안 되는 기회이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교수님들 얼굴도 못 보는 상황이 발생하며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한 10분 정도 기다리면 다음 교수님이 오시는 느낌이었다 보니 공백이 더 길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12시가 넘어가자 방으로 들어가 쉬려는 사람도 많았고, 남은 사람 중 몇 명은 강하게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싸늘해진 민심 수습을 위해 학생회장님과 강 보좌관(그런 직책 없음) 두 사람이 교수님들을 찾아다녔고, 나는 두 사람과 같이 끌고 올 교수님들을 찾았다.

히히5.jpg 오른쪽 위가 이봉민 교수님

열심히 찾아다니고 간신히 사정사정한 끝에 화장실에서 나온 이봉민 교수님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이봉민 교수님은 불만을 표했던 분들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1. 교수들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뺑뺑이를 돌고 있다. 작년 한마음대회 때는 모든 곳을 다 들렀긴 하지만(이게 불만의 원인. '작년에는 왔는데 올해는 왜 안 오지?') 강당에서 진행했기에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그것도 새벽 4시까지 교수들이 버텼기 때문에 가능한 일. 올해처럼 방이 다 나뉘어 있으면 절대 불가능이고 지금 정도가 최선이다.

2. 지방의 지역대학들은 이때가 아니면 교수들 얼굴을 볼 수 없음. 그러다 보니 교수들은 지방 쪽을 더 챙겨줘야 함. 서울지역은 출석수업 때, 그 외 시간대에 미팅을 잡아서 만날 수 있으니, 그런 기회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

3. 즐겁게 기념촬영 한 번 하고 마무리하자(우리 방과 이야기 끝나면 부산 지역에서 데려가기로 예약해 둠)

교수님의 진심 어린 답변에 불만을 표했던 분들도 진심으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고 좋은 분위기로 뒤풀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히히6.jpg 뒷정리 마친 후의 사진 (정리 중에는 사진 찍을 틈이 없었다)

뒤풀이는 12시 50분쯤 끝이 났지만 뒤풀이를 우리 방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의 일은 뒷정리까지였다. 당연하지만 술과 음료, 음식이 꽤나 많이 남았고, 음식 외의 쓰레기도 굉장히 많아서 처치가 어려웠다. 우리는 처리 방법을 고민한 끝에 온전히 남은 치킨 몇 마리와 콜라 몇 병은 <학생회장 연합단> 회의실에 전달했고 (먹기 힘든) 남은 음식은 박스 하나에 모조리 담아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냥 놔뒀다가는 상할 테니 얼려뒀다가 내일 아침에 식당 잔반처리 하는 곳에 넘기기로 했다. 드디어 모든 정리를 마친 우리는 바닥에 앉아 오늘 겪은 고생들을 풀어놓으며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KakaoTalk_20250629_100213854_02.jpg 지금 시각 새벽 2시. '오늘' 아침식사는 8시부터다.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각은 1시 20분 정도였고, 다른 분들이 학생회 일에 관련해서, 오늘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대화에 껴서 한참을 떠드는 바람에 2시가 되어서야 이불을 깔고 누울 수 있었다.


사실 눕기만 했을 뿐 잠들지는 못했다. 양쪽에서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코 골지 않는)한 분이 귀마개를 챙겨 온 것을 보고 그 준비력에 감탄하며 소음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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