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아쉬운 선택이라던가, 돌이키고 싶은 말이나, 잊어버리고 싶은 행동 등등 우리 부부는 한 번씩 지나왔던 일을 얘기하면서 바꾸고 싶은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아마 우리만이 아니라 다들 한 번씩 상상해 보지 않을까? 오늘은 우리가 상상한 돌아가고 싶었던 때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나에게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면, 아마 대학 진학 시 하고 싶던 일을 부모님께 강하게 말씀드리지 못했던 때인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원했던 부모님은 내가 원하던 진로를 반대하셨고 가능하면 좋은 대학에 취업이 잘 되는 과에 가길 원하셨다. 내 꿈에 대해 회의적인 부모님의 모습에 더 말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여러 이유로 건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대학에 발을 들였고 혹시 이게 내 적성에 맞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노력했지만, 따라주지 않는 결과에 점점 지쳐가고 배우면 배울수록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함이 느껴졌다. 결국, 이 과에 온 걸 후회하며 그때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더 강하게 말해볼걸 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남아버렸다.
그래도 건축학과에 다니면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만났고 함께한 추억을 쌓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을 배웠으니 너무 후회하지는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 얘기를 남편과 나눌 때마다 "여보가 다른 학교 다른 과에 갔으면 우리가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이야기도 하곤 하는데 나는 항상 아마 우리는 못 만났을 것 같다며 말한다. "우린 운명이니까 만났을 거야"라며 남편이 주장하기도 하지만 나도 남편도 외부활동을 잘하지 않았던 터라 아마 못 만났을 확률이 100 퍼센트였을 거다.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은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만약 나와 함께 수업을 듣던 대학생 때로 지금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성적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해준다. 남편은 현재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대학원과 직장을 거쳐 더 경험을 쌓으니 학생때와 다르게 보이는 게 많나 보다. 지금이라면 같이 했던 팀과제도 본인이 이끌어줄 수 있고 다른 것들도 많이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그때로 돌아가 좌절하고 있는 나를 꺼내주고 싶다고 한다. 상상 속에서도 나를 먼저 생각해 주는 모습을 보니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앞선 순간들 말고도 돌아가고 싶은 이런저런 날들이 더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잘못해서 혹은 못해준 게 미안해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사소한 걸로 투닥거리고 삐지고 울기도 하는 날들이 있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오지 후회가 되는 날들은 아니다. 그때그때 서럽거나 화나거나 아쉬운 것들을 서로 대화하면서 풀다 보니까 상처로 남지 않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있다면 과거를 바꾸기 위함이 아닌 즐거웠던 시간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지금은 이전처럼 후회되는 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하고있다. 매번 최상의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종종 과거를 떠올리며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