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분이 사진 찍어주던 그날의 짧은 기억
우리는 연애 초부터 지금까지 항상 찹쌀떡처럼 붙어다니다 보니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는데 대학생 때 이것과 관련된 기억에 남는 짧은 일화가 있다.
당시에 학년별로 담당 교수님들과 함께 답사라는 이름의 현장학습을 갔는데, 1박 2일로 여러 건축물이나 관광지를 보고 오는 일정이었다.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이었던 우리는 함께 갈 수 있었기에 가서도 손을 꼭 붙자고 돌아자녔다. 비밀연애는 아니었기에 항상 붙어 다니다 보니 우리를 아는 학교사람이나 교수님들은 우리가 연애 중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렇게 다녔던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붙어 다녀서 보기 싫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닌 덕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2개나 생겼다.
첫 번째는 모르는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준 일이었다. 산 꼭대기에 있는 절에 가는 일정 중에 평소에 산을 타는걸 싫어하던 나는 당시의 남자친구였던 남편을 붙잡고 올라가는 길 중간에 있는 커다란 돌에 앉아서 쉬어가자 했다. 따뜻한 볕 아래 돌 위에 앉아서 둘이서 속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아저씨 한분이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말을 건네셨다. “보기 좋아서 그런데 사진 한 장 찍어줄게요. 핸드폰 줘봐요.” 모르는 분이 건네는 말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사진을 찍어주신다는 말에 핸드폰을 건네드렸다. 아저씨는 사진을 몇 장 찍어주시고는 지나가다 보는데 둘이 잘 어울려서 보기 좋았다고 재밌게 연애하라는 덕담을 해주시곤 갈길을 가셨다.
보통 여행지에 가면 서로 부탁하면서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선뜻 먼저 사진을 찍어주신다는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덕담도 건네주시는 흔치 않은 경험에 감사하기도 하고 약간은 부끄럽기도 했다. 그날 친구들도 지나가면서 사진을 여럿 찍어주었지만 그분 덕에 이 사진이 그냥 넘기는 사진 한 장이 아닌 추억이 깃든 사진이 되었다.
두 번째는 다음날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었다. 관광지에서 다 같이 걷고 있었는데 근처에 걷던 교수님이 우릴 보시더니 “너흰 금슬이 좋아 보인다 ‘라고 말씀하셨다. 보통 부부한테 많이 쓰는 말인지라 당시 20대 초반이던 우리에게 맞는 말인가 의문이 들어서 “금슬이요?”하니 교수님도 ‘결혼을 안 했으니 금슬이 아닌가?’하고 허허 웃고 가셨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교수님의 말씀처럼 진짜 금슬 좋은 부부가 되었다. 당시에 둘이서 킥킥대면서 넘어간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말 한마디가 인상 깊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계속 닿고 싶어서 손을 잡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고,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장난을 치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계속 말을 거는 그저 좋아서 하는 생각 없는 행동들이 우리가 더 가깝다고 보이는 것 같다. 가끔은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좋게 봐주던 사이좋은 모습들이 계속될 수 있게 남편한테 더 잘해주고 행복해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