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수영 Oct 06. 2024

내가 있으니 언제나 도망쳐도 돼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는 평소에 걱정도 많고 용기도 없는 편이라 언제나 남편에게 달려가서 물어본다 "괜찮을까?""할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남편은 언제나 "괜찮아""할 수 있어"라고 달래듯이 답해준다. 고민이 있으면 같이 해결책을 찾아주고 도전하고 싶은 거에는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며 앞으로 나가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에겐 든든한 버팀목 같은 사람이다. 그렇게 연애시절부터 남편이 주는 용기를 양분 삼아 앞으로 달려가던 나는 큰 구덩이에 빠져 버렸다. 그건 바로 첫 직장 생활이었다.


 나의 첫 직장은 공무원이었다. 처음 시작하는 직장 생활이었지만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출발선에 섰다. 온갖 모르는 것 투성이에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들이 나타나면서 첫 발을 내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생활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일은 내 능력에 비해 점점 많아지고, 함께하는 팀원은 점점 적어지고, 모르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불만을 듣고 있자니 점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졌다. 결혼을 하기 전이라 당시의 남자친구에게 매일같이 전화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내 직장인지라 날 위로해 주는 것 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계속해서 나빠지는 상황과 시들어 가는 내 모습에 그가 퇴사를 권했다. 하지만 곧 결혼도 해야 하는데 돈도 문제였고 퇴사 후 취업도 불투명하고 백수인 채로 결혼허락을 받기에는 내가 부끄러워서 도저히 퇴사를 결정할 수가 없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이겨내지 못한 채 도망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싫다고 말하는 나에게 남편은 한마디를 해주었다.

 "도망쳐도 돼." 


 도망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나에게 맞는 일이 있을 거라고, 혹시 못 찾아도 본인과 살면서 계속 찾아보고 정 안되면 가정주부로 지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남편이 본 나는 뭘 하든 잘할 수 있다고 지금 일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믿어주었다. 다 괜찮다고 등을 밀어주는 남편의 말에 용기를 내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고 잠시의 휴식을 거쳐 지금은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쉬는 동안 배우고 싶거나 해보고 싶던 거를 해보면서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남편이 기다려준 시간 덕에 함께 다시 행복할 준비가 되어 앞으로 다시 달려가고 있다.


 나도 나를 못 믿던 시기에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준 남편이 참 고맙고 그런 사람을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남편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우유부단한 나는 거무죽죽한 얼굴로 우울하게 그곳을 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세상일 알 수 없다지만 내 성격상 아마 밝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었을 것 같다. 

 당연한 것 없는 세상에 당연하듯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랑 앞으로를 계속 그려나갈 수 있다는 게 고맙다. 남편의 도움 덕에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것처럼, 나 또한 남편이 힘들 때 언제든지 도망쳐올 수 있는 단단한 나무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이전 07화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