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결혼식보다는 행복으로 가득 찬 결혼식을!
결혼을 했거나 할 예정이라면 다들 꿈꾸는 결혼식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나는 가족의 품을 떠나는 아쉬움에 눈물이 찔끔 나는 결혼식보다는 새로운 출발에 두근거리고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찬 모습을 상상하며 예식을 준비했었다. 다행히 내가 바랬던 모습으로 예식은 마무리되었고, 특별하진 않았지만 기쁘게 웃는 우리 모습에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만드는 따뜻하고 포근한 결혼식이었고 생각한다. 이제 사진과 영상으로만 남겨진 그 즐거웠고 정신없었던 그 하루를 글로 꺼내보려고 한다.
늦게 일어날까 하는 걱정에 뜬 잠을 자고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던 게 기억이 난다. 드레스를 입은 채 신부대기실에 도착하여 하루를 함께할 부케를 받고 부토니에를 달은 신랑을 보니 드디어 오늘 결혼하는구나 실감이 들면서 두근거렸다. 시원한 부케를 손으로 느끼며 나는 신부대기실을 신랑은 홀 입구를 지키며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 알아온 친구들, 친한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감사와 축하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기실을 지키다 보니 어느새 신랑신부 입장시간이 되었다.
"신랑입장" 사회자의 말에 이어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성에 나도 저 장면을 보러 내려가고 싶었다. 얼마나 삐걱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었는데! 결혼식 전날, 홀로 들어갈 신랑이 걱정되어 노래를 틀며 입장하는 연습을 했었다. 평소에 조용한 사람이라 사람 많은 곳 앞에선 어색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연습 중에 어김없이 목각인형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손흔들기 인사하기 천천히 걷기 등 제일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기 위해 특훈을 했는데 정작 실전은 나중에 영상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졌다. 나중에 식을 본 친한 언니가 신랑이 입장할 때 명령어가 입력된 로봇 같았다는 후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먼저 입장한 신랑에 이어서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신부입장이라는 말에 드레스를 잡고 혹시라도 넘어질까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 멋지게 꾸미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빠에게 팔짱을 꼈다. 하객들의 환호 속에서 손을 흔들고 웃으면서 신나게 앞으로 나아가 홀로 서있는 내 단짝 앞에 서서 아빠에게서 신랑으로 손을 바꿔 잡았다. 이때 날 보내주는 아빠가 신랑이랑 마주 안는 모습 중 찍힌 사진 속 내 표정이 얼마나 환했는지 엄마가 그렇게 좋냐고 신랑을 향한 질투에 툴툴거릴 정도였다.
나는 엄마가 섭섭할 정도로 환한 얼굴로 신랑은 약간 긴장한 채로 손을 마주 잡고 단상 앞에 서서 식순을 이어갔다. 함께 적은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고 시아버지가 손수 써주신 덕담을 듣다 보니 드디어 남들 모르는 이벤트가 준비된 축가 순서가 되었다. 친구가 불러주는 축가 순서에 신랑이 2절을 부르는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는데 내가 미리 알아버려서 나만 알고 가족들, 하객 아무도 모르는 깜짝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제목은 알려줘도 이날까지 눈앞에선 연습으로도 절대 안 불러 주던 축가를 드디어 듣게 되었는데 긴장한 티가 나는데도 나를 보며 열심히 불러주는 모습을 보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전날 잠자기 전에도 당일날 이동할 때마도 가사를 잊어버릴까 긴장되었는지 끊임없이 속으로 연습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리듬을 타는 모습이 기억이 나서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축가를 마지막으로 우리가 고른 행진곡과 하객들의 환호 속에 걸어 나가며 식이 마무리 되었다. 사진을 찍을 때 내가 부케를 너무 세게 던져 꽃을 바닥에 메다 꽂아버려 박장대소하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큰 실수 없이 즐겁게 끝을 맺었다. 꽤 긴 시간 동안 준비한 하루가 벌써 끝난다는 게 아쉬우면서도 드디어 숙제를 해치웠다는 해방감이 함께했고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어서 감사한 날이었다.
슬픔보다는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 찼던 우리의 결혼식날은 추억상자에 소중히 보관하고 새로 생긴 기념일인 결혼기념일마다 그날의 작은 추억을 꺼내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