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들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by 아이린

그다지 좋은 성격은 아닌 나.

나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그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주변 인들이 있었다.


말을 하는 법이 서툴러 입을 다물고 있으면 건방지다 교만하다 등등의 말이 들렸다. 알고 있는 내용을 화제로 올려 대화를 하려 하면 잘난 부모 만나 먹고 사니 어려운 사람이 눈에 안 보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누군가와 굉장히 길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 후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눌 사람 만나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 얼마나 잘났기에 주변 사람은 대화 상대도 못되냐는 비아냥과 섞여 내 귀에 돌아왔을 때, 다시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책은 언제나 정직했다. 종이는 참을성이 많아 내 하소연을 다 받아 주었다. 네발 달린 동물 특히 개는 무조건 적인 사랑을 내게 주었지만 두발 달린 인간들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야기를 하지 않고 피하다 보니 사람들은 나를 더 이상한 인간으로 여겼고, 그 사실을 알고 있으나 뭘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 없던 나는 더 안으로 안으로 가라앉았다. 기대하지 말고 베풀어 주라는 누군가의 말을 들은 적 있지만, 화수분 마냥 얼마 안 되는 내속의 에너지를 나눠줄 자신은 없었다.


예전에 반려동물들이 있을 때는 그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어나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불면증이 일상이 되어 일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할 지경이다. 송곳처럼 날카로워진 신경. 카페인을 자꾸 들이붓지 않으면 안 되게 돼버린 몸. 악화되는 주변 환경. 극도로 무력해진 감정 탓에 하루에도 열몇 번은 끝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이 나를 붙들고 있다. 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라는 이 종이보다 얇은 인식이 면도날처럼 날 베어 각성시킨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잘 쓰지도 못하지만, 숙제처럼 여기 글을 올리며 살겠다는 의지를 고양시킬 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우는 삶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