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알려야 하나?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

by 아이린

아버지는 형제가 고모들 외엔 없다. 외사촌들은 몇 있지만 아버지보다 연하다. 할아버지 쪽 사촌들은 왕래가 끊긴 지 오래다. 고모들 중 하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데다가 한국에 나올 일이 없다. 다른 고모와는 내 동생과 얽힌 일로 원수처럼 지내왔다. 아버지 자체가 가족이나 친척에게 애틋한 분이 아니어서 오랜 시간 왕래 없이 지내도 그냥 그런 느낌이지 아쉬울 게 없기도 했고 말이다.


문제는 아버지 친구들과 후배들이다. 정기적으로 모임이 있고 그분들을 만나러 나다니시는데, 그 사람들이 아버지의 변화를 모를까? 일단은 급격히 줄어버린 체중과 식욕만으로도 건강하다 말할 수 없을 거다. 오래 다니던 교회는 이 동네로 이사 오면서 다른 곳으로 옮겼으니 아버지의 이전 모습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냥 몹시 마른 그리고 키가 큰 건강해 보이지 않는 노인 정도랄까.


다행히 아버지가 말을 많이 하는 분이 아니어서 다니던 교회 창립기념일에 초대받아 다녀와서도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웃으며 반갑다고 하셨단다. 누군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신단다. 많이 마르셨다고 편찮으신 거 아니냐 인사만 받았다나.


처방약을 받으러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관뒀단다. 신경과 의사가 부족한 건 알지만 나름 수도권 중소병원까지 영향을 받나? 큰 병원으로 한 시간 정도 차 타고 가야 하나? 고모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으나 아버지 모시고 서울 병원 다녀줄 수 있냐 물어야 하나? 그러려면 아버지 병을 알려야 할 테고. 고모의 반응이 어쩔지도 걱정되고... 이 더위에도 나가는 일을 포기 안 하시는 울아버지 말려야 하나?


치매가 부끄러운 병은 아니나 자랑스레 나는 치매 환자야 하고 다닐만한 것도 아니라 생각되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다른 환자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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