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생긴 일

의사 선생님께 이를 거예요

by 아이린

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긴 후 집안의 온갖 술을 다 버렸다. 개수구에 콸콸부어버렸다. 그 탓에 한동안 술냄새가 집안을 맴돌았다.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시는 걸 알아서 술 선물이 많이 들어왔다. 과거 어머니와 아버지의 갈등요소도 술이었다. 뭐 반주 수준이라고 아버지는 주장하셨지만 내가 봐도 하루 한두 잔 매일 마시면 그건 중독이다.


나는 아버지가 술 드시는 게 너무 싫었다. 조금씩 마신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술을 드시면 집에는 고장 난 라디오가 생겼다. 이번 스승의 날 뭐 작년 스승의 날도 마찬가지였지만 고장 난 라디오가 다시 생겼다. 작년은 아버지 스스로 치매환자라는 인식이 없어서 술 드시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위장 문제도 있어서 본인 스스로 주의도 하셨다. 그러나 약을 일 년 가까이 드신 후 본인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으신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술에 손을 대셨다. 말로는 소주 한잔 이라지만 알게 뭔가.


금번 스승의 날은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음.... 아버지는 제자들이 많다. 지금까지 아버지를 부지런히 챙기는 제자들은 아버지와 같이 나이 들어갔다. 여든이 넘은 아버지 예순 일흔이 된 제자들 이 양반들은 무슨 핑계만 생기면 술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스승의 날이라서 명절이라서 날이 더워서 추워서 무슨 도깨비인지.... 아무튼 집에서 안 마시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외출하고 돌아오실 땐 희미하게 술냄새가 났다. 아버지에게 술 드셨냐 하면 아니라고 같이 있던 사람들이 마신 거라고 부인하셨다. 나가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정말.


지난 스승의 날 5월 20일 전후로 아버지의 외출이 잦았다.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먼 길을 온 제자들을 만나러 아버지는 인근 신도시로 나가셨다. 내가 세어보니 열 손가락이 다 차고도 넘어간다. 당부에 당부를 하고 나가시게 했지만 그중 한날은 정말 오래간만에 이민 간 제자가 서울 온 김에 만나러 왔다나 많이 드셨다.

아버지는 솔직히 말씀이 많은 편이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우리 아니면 아버지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외출을 막지 않기도 했지만 의사 선생님도 사람을 만나는 게 아버지 머리건강 위해서도 좋다셨다.


많이 드신 날이 스승의 날 당일이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앓으셨다. 어머니는 옆에서 주무시지도 못하고 병수발하셨다. 그걸 보니 신경질이 확 났다. 본인이 스스로 주의할 의지도 이젠 없으신지... 그냥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제자란사람들이 선생님께 술을 드릴까?


지난번 약 받으러 아버지랑 병원에 가면서 선생님께 이른다 별렀는데 , 시골 병원 신경과 의사가 사라졌다. 다음 약 받으러 갈 때까지 안 생기면 차 타고 한참 나가는 병원 가야 하는데..


아버지는 지난 스승의 날 많이 편찮으시고 술에 손을 안 대시는 것 같기는 하다. 또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계속 조심하시길 정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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