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갈 준비를 하며

그래도 희망은 조금 남아있다.

by 아이린

이사 갈 집의 열쇠를 넘겨받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래도 싱크대를 갈아주고 도배를 해주셨다. 처음보다는 상태가 좀 나았다. 요즘은 쓰지 않는 욕조가 있어서 하나뿐인 화장실이 좁다. 나는 화장실 하나인 집에선 처음 산다. 사람들은 나이가 먹으면 환경이 나아지지만 나는 다운 그레이드 중이다. 그래도 물 안새고 햇빛잘 들고 지붕있어 누울수 있으면 감사한거다. 욕실 비치 가구가 낡아 있지만 우리 집이 아니니 굳이 뗄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좀 좁네... 내방으로 쓸 곳은 에어 콘은 달수 없다지만 뭔 상관이야. 선풍기면 충분해. 눈대중으로 살피니 옷장 책상 침대는 들어갈 것 같아 바로 주문을 넣었다. 책꽂이는 회전 하나를 샀다. 조립을 해야 하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내 방에 넣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예전에 쓰던 회전 책장과 이것 합치면 책이 대충 들어갈 것 같다. 침대 커버를 사야겠다. 식탁 의자도 하나 더 사고... 음 밥솥도 사고 인덕션도 샀다 냄비랑 프라이팬이 인덕션 용으로 쓸 수 있나? 암튼 살피고 안되면 장바구니 담아놓은 거 사야지 이제 내가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부모님과 먹으며 살아야 한다. 밥 해주는 올케가 고마왔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것 먹느라 좀 고생했는데 이젠 괜찮겠지... 나는 반찬은 참 잘만든다. 쌀이랑 잡곡도 샀고 쌀 통도 샀다. 새색시도 아닌데 살림 나는 게 이리 좋을까. 길바닥에 나 앉는 신세 면한 게 어딘가 싶고. 책상 하나 주세요 침대 주세요. 옷도 정리할 옷장도 주세요. 내 기도가 이뤄졌다. 새 환경에서의 삶 약간의 불안감도 있지만 기대도 된다. 아버지 물건은 못 버렸다. 싸우기 싫어서... 엄마에게 아버지를 요양원 보낼 일 생기면 그때는 버리겠다고 말했다. . 내 공간이 생기는 게 어딘지.. 문도 닫을 수 있고 이제 아버지가 티브이 미친 듯이 볼륨 높이지 못할 공간에 가니 그것 만으로도 행복해. 아... 이사 가면 인터넷 연결 될 때까지 며칠은 글을 못 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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