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의 풍경
집에서 여섯 시에 나가 아홉 시 예배드리고 친교 실서 식사를 했다. 밥이랑 깍두기 그리고 콩나물무침 삼겹살을 김치에 볶은 것 그리고 된장국이 메뉴다. 3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기에 교회에 오는 날은 언제나 밥을 챙겨 먹는다. 오늘은 추석 디저트로 약과가 하나 나왔다. 친교실의 배식 집사님 권사님들은 나만 보면 잘 견디냐 몸은 괜찮냐 걱정해 주시며 잘 먹어야 한다고 밥 한 숟가락 더 얹어 주신다. 이래서 나는 다이어트 못한다. 교회에서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으니 뭘 가리겠나.
집에 돌아오니 한시가 조금 넘었는데 옆집에서 문을 열고 요란하게 음식을 만든다. 전을 부치는 기름내와 고기 삶는 냄새. 미안하지만 나는 음식 냄새 중 기름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한다. 부모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낮잠을 좀 자려고 했지만 옆집과 붙은 내방은 기름냄새 고기 삶는 냄새 천지다.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왁자지껄 이 라인에서 그 집에서 나는 소음만 요란하다. 평상시면 짜증을 내겠지만 명절이니 하고 꾹 참고 방의 창문을 닫고 눈을 감아 보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지나치게 예민한 청각은 이럴 때 고문이다.
친척들과 나눌 음식 하며 정을 나누는 거라고 하지 그런 풍경을? 우리 집이 워낙 친척이든 뭐든 없고 식구들이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 (아버지 치매 발병 후엔 티브이 소음이 커졌다. 그래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클래식을 들으며 산다) 아무튼 이런 왁자지껄함이 그냥 그렇다. 할머니가 말한 정나미 뚝뚝 떨어지는 싹수없음이 지금 내 기분인가? 진하게 커피 한잔 내려 마시고 부모님 드실 저녁 준비를 했다. 오래간만에 갈비찜에 쓸 인스턴트 팟도 꺼내 닦아 두고 싱크대 밑을 밀대로 한번 밀고 나니 기운이 빠지고 또 아프다. 나는 왜 흥 이란걸 가지고 나오지 못했을까? 이런 시끌시끌함이 버겁기만 한 건지.. 제사를 지내지도 않고 친척도 없는 가족의 명절은 참 조용하고 어떤 면에선 재미없지만 나는 이게 좋다. 지난밤도 잘 못 잤는데 잔뜩 몸을 혹사하면 오늘 밤에는 좀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