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재도전

아버지의 등산화 버리기

by 아이린

아침 일찍 서울에 가려고 현관에 서서 신발을 꺼냈다. 발이 신통치 않아 조금이라도 편한 신발을 찾아 방랑한 끝에 살아남은 열 켤레의 신발들. 샌들 운동화 부츠 이 범주인데 한참 또 고민해 봐도 더 버릴 것은 없었다. 낡기도 했지만 내가 골고루 신고 있는 녀석들이라... 열 켤레는 좀 많긴 한데 나중에 더 고민해 보자.


신발장 꼭대기에 아버지의 등산화가 세 켤레나 보인다. 아버지가 등산을 중단한 게 20년 전인데 저 신발들은 어디까지 우리를 따라온 건지. 외출할 때 신는 구두는 세 켤레 정도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아버지가 신지 않을 듯한 스타일이다. 집어 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꺼내온 파란 비닐에 넣었다.


엄마의 신발 중 두 켤레를 골랐다. 선물이라고 주는 걸 거절 못했다지만 엄마는 신으신 적 없다. 엄마의 스타일도 아니고 여섯 켤레의 신발을 넣으니 파란 비닐이 꽉 찬다. 봉지를 묶어 들고 나와 다른 재활용 쓰레기 근처에 놓아두고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보니 신발이 든 비닐은 사라졌다. 누군가가 필요하여 가져간듯하다.


내가 조용히 물건들을 버리겠다고 엄마에게 말했고 아버지야... 말 안 하면 당신 물건 중 무어가 사라졌는지 모르시는 상태니 조용히만 치우면 된다. 지난번엔 옷 중에 상태가 괜찮은 건 조용히 골라 친척오빠에게 입으라고 보냈다. 아직도 엄청난 양이 남아 있다. 예전 살던 집에서 공사를 할 무렵 아버지의 옷장을 본 사람이 아버지를 연예인으로 알았으니 뭐... 그 옷들이 이사 갈 때 조금 부피는 줄었지만 따라왔다. 아버지는 체중은 10킬로 이상 허리는 6인치나 줄었다. 가지고 계신 옷들을 제대로 입을 수도 없는 몸이다. 그래도 그 집착은 맑은 정신일 때도 심했지만 지금은 말해 뭐 하랴. 조심조심 밑장 빼기 하듯 치워야 한다.


나 역시 옷장에 사계절 옷을 다 넣겠다는 생각으로 줄여서 성공했다. 나중에는 여행가방 하나 분량으로 줄여볼 테다. 옷이 적으니 소중하게 관리하게 된다. 사실 내 스타일이란 게 뻔해 비슷비슷한 옷 투성이니 줄여도 입는 옷엔 큰 이상이 없었다. 나중에 시간을 좀 더 들여 하나씩 교체해야지. 내 옷들도 10년 이상 되다 보니 목이 늘어나고 구멍 나서 솔기가 뜯어진 것도 있고 좀 변변치 않다. 뭐 그래도 내 스타일을 만들어보려 노력한 결과물이니 소중하지 뭐.


무언가를 많이 가지면 관리가 수월치 않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것도 그렇고 때에 따라 있는 줄 모르고 또 사질 않나 그런 의미에서 책도 이젠 정말 정말 사는 걸 줄여야 해. 전자책으로 만족하자. 올케가 이사 오면서 우리 집 주방에 쟁여 놓은 접시류도 버려야지 10년 동안 놓인 자리에서 안 나간 물건은 버려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버린다 한들 지가 어쩌겠어. 식구들 수를 넘는 그릇 수저 말이 되냐고 잔치를 집에서도 할 것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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