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치유되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런던의 마음치유 상담소를 샀다. 언제였지?
읽고 있는 책이 적지 않음에도 또 책방을 기웃거림은 내 고질병이다. 만약 서점에 내 흥미를 끄는 책이 나타나면 업어온다. 업어오는 책은 그대 그때 다르다. 내 최근 관심사라면 반드시 그렇지 않으면 목차만 때로는 머리글만 스캐닝하고 조용히 나오는 편이다. 소설은 그래도 빨리 읽어내지만 아니 나는 소설도 빨리 못 읽는다. 소설도 사람들의 이름 관계등을 메모하며 읽지 않으면 책을 덮고 머리에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는 불상사가 생긴다. 아마 내 둔한 머리 탓일 거다. 늘 신기한 게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구절을 막 풀어내는 사람이다. 나는 메모장에 적고 그 메모장을 가끔이라도 봐야 뭐가 생각나는데 이 책은 한 채프터를 읽으며 연필로 밑줄 긋고 생각하고 또 읽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 줄 그어놓은 부분을 읽어보는 중이니 언제 완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책은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할 문제로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나 하는 혼자의 삶의 문제 그리고 왜 혼자 기대하고 혼자 상처받나 하는 이상화의 문제 진실한 유대만이 외로움을 치유한다는 외로움의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 외에 관계를 시작할 때 생각할 문제 관계를 유지할 때 생각할 문제 관계를 끝낼 때 생각할 문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언제나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내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상담 교육을 받으면서 나 자신의 문제가 이번세션에선 유독 더 드러나 문제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번 강의시간에 강사 교수님이 묵은 감정의 더께가 상당하다고 상담을 한번 받아볼 것을 권했는데... 이런 내 감정을 느끼신 걸까?
이 감정의 근원이 뭔지는 모르겠다. 심리학의 어느 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나름 결론을 내려 본 것은 대상관계 이론이 적용될듯한데... 나야 얼치기니 뭐.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맞다고 한들 다음은이라는 의문도 들고... 나이 80 넘은 부모님에 대해 과거에 겪은 상처를 풀어놓는 것도 웃기고 그나마 그 부모님 중 한 분은 요즘 제정신이 아니시다. 가장 내게 큰 상처를 입힌 양육자인 할머니는 30년 전 돌아가셨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당신들에게 상처받았어하고 소리칠 건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취학 전의 기억이 떠 올랐다.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날만은 유독 힘들었나 보다 기억 저 아래 가라앉혀놓고 잊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70년대 초반 이 정도의 일을 겪고 성장하지 않은 대한민국 맏딸이 있을까? 유독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많이 갈망한 나 특유의 문제겠지
곁에만 있게 해달라고 다락방에서라도 자겠다고 하는 미취학 자녀에게 매질을 하고 집으로 돌려보낸 부모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날의 기억은 더 이상 떼쓰고 매달리지 말라고 내게 금제를 걸었던 것 같다.
내가 부모님 나이 보다 더 살지 어쩔지는 모르나 비틀려 버린 감정의 형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인간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경계를 넘어 다가가지도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지도 못하게 된 내 상황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나의 우울도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지난텀에 교수님께 나비 날개 안기라는 것을 배운 적 있다. 스스로를 안아주고 토닥여 주는 행동 말이다. 오랜 시간 인정욕구에 시달리다 지쳐 나가떨어진 나를 토닥이며 안아줘야 할 것 같다. 이런 성품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해 나는 과거의 연인에게 짜증과 분노라는 감정의 쓰레기를 퍼붓는 만행을 저질렀었지. 그 남자도 비슷한 성향으로 자신을 늘 억누르고 지내던 이였는데...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 미안하다.
조금씩 조금씩 내 감정의 기저에 쌓인 묵은 감정이라는 빨래를 꺼내자. 그리고 조용히 빨면서 내게 이야기해 주자 수고했어 너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아이야. 뒤의 일은 뒤의 일로 보내고 앞을 보며 나가보자. 아직은 어떻게 해야 치유가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아주 어린 시절의 상처 제일 냄새나는 빨래를 꺼내는 데 성공했잖니. 잘했어
책을 언제 끝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며 조금씩 조금씩 묵은 감정이라는 빨래를 꺼내 빨아보자. 그래서 조금이라도 세상과 더 좋은 관계를 맺어보자.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