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단다.

소소한 일상

by 아이린

친구가 거의랄 만큼 없다. 그래도 제법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몇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많은 부분에서 삶의 형태가 달라져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안부 정도는 전하는 그런 친구 말이다. 그중 한 친구 생각이 난다. 그 친구와는 내가 몇 해 전 연결을 끊었다. 내가 못나서 자격지심이 생겨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뭐 그랬다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일 학년이 되던 해 오랜 시간 병석에 있던 어머니가세상을 떠났다. 내게도 상냥하셨던 그 애 어머니의 문상을 가서 일을 돕고 아무튼 그랬다. 그 애가 울고 싶을 때 기대고 울라고 내 어깨도 빌려주었다. 그 애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나고 어머니의 장례 기간 그 애 아버지는 담담했었다. 상처한 사람이면 가져야 할 우울이 그 얼굴에 없었다. 오랜 문제가 해결된 사람이 보이는 그런 얼굴이었다 할까.


그게 그 애가 고1 때였고 그 애 아버지는 고3이 되던 해 재혼을 했다. 문제는 그 애 오빠보다 열 살이 많은 처녀였다는 거다. 그리고 삼 남매를 할머니 손에 맡기고 지방으로 가서 거기서 새 아내와 아이 낳고 살았다. 그 애의 힘든 시간에 나는 곁에 있었고 할 수 있는 위로를 다 했고 우리 엄마는 물질적 도움을 작게나마 주었지. 그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우리 집에 우환이 닥쳤다. 벼랑 끝에 몰려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나는 그 애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내가 물질적 도움을 청한 것 아니라는 것 알 텐데 그 애는 내 연락을 피했다. 메모를 여러 차례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그 애는 그 무렵 친정과 연락을 끊고 결혼해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그 애가 편안해진 게 기뻤고 우리는 자주 못 만나도 전화를 하며 잘 지냈다. 우리 집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연락이 끊긴 건 꽤 오래전이지만 내가 그 애 연락처를 지운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한 번도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메모에 응답도 없었다. 사모님이 된 친구에게 난 부담스럽고 지우고픈 과거의 편린인 나는 피해야 할 존재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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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섭섭했다. 그러나 이제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처럼 유통 기한이 지난 그 애를 버렸다. 살아생전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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