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전의 사진

소소한 일상

by 아이린

어디였을까? 저 아이들 이름은 뭐였지? 하나도 생각 안 난다. 저 사진이 찍힌 것은 1974년의 어느 날이라는 것 정도 분수가 나오는 것을 보니 공원일테고 다들 약간은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애들 도 있고 뒤를 돌아보는 아이 시선을 삐딱하게 돌린 나도 있고 지금 곰곰이 바라보니 아이 몇 명의 이름이 생각나네 손수진 박선정 허정은 왜일까? 친한 애들이었나? 전에도 썼듯이 유통기한은 분명 있나 보다. 나름 좋은 시간이었을 테고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어느 정도의 친분은 있었을 텐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어떤 애들이었는지...


1974년 나는 유치원생이었다. 동네의 가톨릭계 유치원에 다녔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는데 교회 부속 유치원을 두고 어머니가 날 저기 보낸 이유가 뭘까? 물으면 기억하시려나? 보통은 원복을 입고 어디든 간 것으로 아는데 왜 사복 차림일까? 그 유치원은 1976년 문을 닫았다.


나는 앨범을 모두 없앴다. 이사를 다니면서 앨범은 귀찮은 짐일 뿐이었고 추억할만한 삶이 별로 없기도 했기에 내 얼굴이 들어가지 않은 모든 것을 없앴다. 그리고 디카로 찍어 구글에 정리해 두었다. 이 사진은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 중 하나다. 가차 없이 찢어버린 어딘가에 저 아이들의 이름이 남아 있었을까?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억지로 운동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방안에 가라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난다.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내 삶을 조금은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결론은 같을 것 같다. 내 병은 유전자가 야기한 것이니...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 멀쩡한 사람도 사고 등으로 갑자기 떠날 수 있다. 나처럼 골골 대는 인간의 시간은 더 길 수도 있고..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은 내 마지막 날이다. 형편없이 골골 대고 실패만 해왔지만 미련을 남기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려면 무엇을 해야 조금이라도 후회의 분량을 줄일까? 뭐 이런 생각을 자꾸 한다. 그러나 특별한 일을 할 능력도 없으니 오늘 내가 하겠다고 정한 작은 일을 쉬지 않고 해야 하겠지. 정말 먼지처럼 사소한 내 일상이지만 몸이 움직일 때까지는 해야지. 윤동주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했듯 내 삶을 사랑하며 그렇게 해야지 뭐


keyword
이전 11화생명에 대한 관심과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