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책을 읽다가

by 아이린

[사소한 불행에 인생을 내어주지 마라] 하는 책이 있다. 12개월을 주별로 나누어 짤막한 에피소드와 인사이트를 정리해 놓아서 아무 데나 펴서 조금씩 읽고 있다. 오늘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머리가 멍하고 불쾌한 김에 그냥 펼쳐 읽은 곳에 "충분한 내면의 투쟁을 거치지 않고는 삶에서 중요한 어떤 것도 수확하지 못한다는 " 글이 있었다. 나의 불면증과는 아무 상관없는 말이겠지만 그런가? 아무튼 잘 잔다는 것 하나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은 알고 있다.


나는 일단 자기 위한 준비를 초저녁에 다 끝내놓는다. 잠옷을 갈아입고 데운 우유를 마시고 물로 가글을 하고 아 물론 세수도 하고 몸도 씻는다. 한참 망설이다가 수면 보조제 처방받은 것을 한 알 먹는다. 안 먹고 자 보려고 해 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먹은 후 헤드폰을 끼고 수면을 위한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 낮에 아무리 피곤해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8시 정도에 누우면 이렇게 2시간 이상 지나야 깜빡 잠들고 다시 깨면 새벽 2-3시. 잠이 안 올까 봐 오후 3시 이후는 커피도 안 마신다. 그래도 소용없다.


음악을 안 듣고 싶지만 아버지가 큰소리로 저녁 늦게까지 트는 티브이 소음 동네에서 떠드는 사람들 소음 견디기가 쉽지 않다. 나는 아기 때부터 잠을 잘 못 잤단다. 소리에 민감해 금방 깼단다. 학생 때는 탁상시계의 소음도 견디지 못해 사용 못 했다. 백색 소음이라는 것도 들어 봤지만 신경을 긁는듯해 금방 듣기를 포기했다. 잠을 자는 것 하나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데 세상 어느 것이 쉽겠는가?


책에는 인간의 심술로 머리 위에 큰 돌멩이를 얹게 된 야자나무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스로 힘으로 머리를 짓누르는 돌을 치우지 못한 야자나무는 차라리 뿌리를 깊이 땅에 박기로 결심했단다. 나무의 뿌리는 깊게 또 길게 뻗어 오아시스까지 도달해 물을 자기에게 끌어올 수 있게 되었단다.


시간이 한참 지나 나무가말라죽었기를 바란 인간이 그 자리를 찾으니 나무는 크고 늠름한 모습으로 자라 있었단다. 나무는 인간에게 돌덩어리를 얹어 주어 잘 자랄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고맙다고 했단다.


나에겐 불면증이 큰 고통 중 하나였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는데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건가 싶어 마음이 너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부족한 수면은 그냥도 안 좋은 내성품을 더 나쁘게 만들기도 했고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 너무 힘들어 우울했던 적이 많았다. 이제는 한 시간이라도 더 잔 날은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지독하게 잠이 안 오면 일어나 밀린 일을 하거나 좀 어려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 그러면 운 좋게 선잠을 자기도 한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길을 찾으면 그냥 또 살아지게 됨을 배웠다. 내면의 투쟁 까지는 아니라도 나는 이 불면증과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싸워 왔다. 그리고 아마 죽는 날까지 이 싸움은 계속될 것 같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어느 정도 평정을 유지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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