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나의 일상
내가 국수를 삶는 법을 배운 것은 초등학교 다닐 무렵이다. 몇 학년인지는 생각이 안 난다. 주방에서 뭘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거기에서 무얼 자발적으로 배운 건 그날이 유일하다. 할아버지가 물을 끓이고 국수를 통에서 꺼내고 계신 걸 보아서였을까? 할아버지는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셨다. 문제는 좋아서 만드는 음식이 대부분의 가족들의 취향이 아니라는 정도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간장 비빔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내가 쳐다보고 있으니까 할아버지는 내가 국수 먹고 싶어 그러나 보다 하고 국수를 조금 더 꺼내 놓으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물이 끓자 국수를 펼치듯이 냄비에 넣는 과정 그리고 국수가 익어가자 긴 젓가락으로 휘휘 돌리는 것을 지켜봤다. 냄비에서 국수가 끓어오르자 찬물을 부으시길래 " 물을 왜 부으세요?"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생각하니 당신도 그래야 된다 배워서 했을 것이다. 이유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찬물을 한번 더 붓고 끓어오르니 소쿠리에 뜨거운 국수를 붓고 찬물로 막 비비 셨다. 국수에선 부연 물이 흘렀다. 전분이 씻기는 것일 거다 맞나?
그리고는 간장이랑 아 우리 집에서는 당시에 간장을 만들어 썼다. 설탕 깨소금 참기름을 당신 기준으로 적당히 넣고 비비더니 그릇에 담아 내게 건네주셨다.
할머니는 고추장을 넣는지 매운 국수만 만드셨는데 할아버지의 간장 국수는 맵지도 않고 맛있었다. 할아버지와는 별로 기억이 없다. 워낙 말씀이 없으셨고 할머니와 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은 분이었기에 집에 잘 안 계셨던 탓도 있을 거다. 그래도 간장 비빔국수를 만드는 할아버지 옆에서 지켜보던 그날의 기억은 남아 있다. 아주 시간이 지나 혼자서 할아버지가 만드시던 간장비빔국수를 만들어 봤지만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계량화된 레시피 밖에 모르는 내게 적당히 넣어 만드는 영역은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것이기도 했지만 추억으로 보정된 맛의 재연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