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지 마라

그냥 답답해서

by 아이린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에 대해 "공소 취소가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3일 전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직접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은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특정 인물에 대한 '무죄 하명'으로 비칠 수 있다 아니 사실상 무죄 하명이지 뭐.


배운 지 오래된 형사소송법 공부를 다시 해보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솔직히 뉴스가 나와도 법학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게 뭔데 하는 게 일반인들의 반응일 거다. 누군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공소 취소가 적용되었으니 우리나라에도 그게 필요하다고 하길래 그것도 알아봤다.


뉴욕 맨해튼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형 선고를 그의 대통령 임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측의 요청으로 받아들여 줬단다. 이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며, 공소를 취소하거나 기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즉 공소가 취소된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어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단지 형 선고 시점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는 상황인 거다.


정성호 후보자는 한 포럼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 진행 중인 사실을 국민이 알고도 대통령을 선택했으므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공소를 검찰이 취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공소취소는 검사가 법원에 제기한 형사사건에 대한 심판 청구를 철회하는 행위다. 이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허용된다.(형사소송법 제255조 제1항). 이미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공소를 취소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검찰이 공소를 유지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반할 수 있단다.


공소취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재기소를 '새로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제한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죄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일 무렵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65 프로 정도의 국민이 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지? 이재명 대통령 득표율이 얼마더라?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승자가 모두 다 갖는다는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 언제부터 대통령 당선이 모든 국민의 뜻으로 왜곡해도 되는 게 된 걸까?


물론 공소취소는 법률상 특별한 제한이 없다. 공소를 제기한 이후에 사정 변경으로 인해 더 이상 소송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운 사정 변경의 원칙과 다른 원칙이 적용되는 건가?

예를 들어 증거 불충분, 소송 조건의 결여, 또는 기타 불기소 처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발생하면 검사는 공소를 취소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이유가 공소 취소의 사유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정지 버튼 눌렀다가 임기 후 다시 진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대통령이 법원 들락거리며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임기 후엔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연인 이재명은 재판을 받아야 하고 필요하면 처벌도 받아야 한다. 임기 후를 생각해서 대통령의 안전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고? 이렇게 왜곡된 법적 사고 가진 이가 법무 행정을 다룬다고?


형사소송법 제329조에 따르면, 공소취소에 의한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만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증거'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기에 공소 취소 전에도 충분히 수집하거나 조사할 수 있었던 증거는 '새로 발견된 다른 중요한 증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소 취소는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 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 대북 송금 등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진행이 중단되었을 뿐이다.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재판을 연기하고 불리한 상황이 되면 검찰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운운하지만 솔직히 정치인이나 재벌 등 특수통 검사가 전체 검사의 몇 프로라고 보는가? 대부분의 검사들은 우리들 같은 일반인들의 사건을 담당한다. 경찰의 수사가 부족하면 재수사를 지시하고 그리고 수사가 다 된 사건은 기소한다.


검찰 수사권에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검찰 운운 하며 검찰 자체를 뒤 흔들고 뒤섞어 놓아 일반인들의 법적 권리 보장 과정도 힘들게 만드는 소위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홀라당 태우는 행위를 하겠다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국가의 시스템 자체를 흔들어 버리는 것에 대해 무신경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답답하고 국민의 뜻 운운하며 직접 민주주의의 탈을 쓴 전체주의도 보기가 불편하다.


고 이희호 여사가 생전 남편 김대중 대통령에게 당신을 뽑지 않은 국민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셨다는 걸 읽은 적 있다. 다른 선택을 한 국민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자신들을 선택한 이들의 뜻이 국민의 뜻이라고 침소봉대하는 사람들에게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그리고 권불십년, 權不十年 이 두 가지 고사성어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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