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 다음 날.
기분 나쁜 생리가 시작되었다.
선홍색 핏물 대신에 갈색(흑색에 가까운) 핏 덩어리가 나왔다.
채취 때문인지, 먹은 약 때문인지, 질정 때문인지..
나는 이유가 뭔지 몰라서 답답했다.
그저 네이버 카페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짐작만 할 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리통과 역대급 생리양을 경험했다. 생리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는 여자들을 보면 이해를 못했었는데,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하루에 두 알씩 먹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마어마한 생리양 때문에 외출하기도 힘들었다. 피 색깔도 이상했다. 흑색에 가까운 피와 덩어리가 내 몸 어디에서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다.
'선생님께 좀 더 자세히 물어봤어야 했나.'
내가 다니는 병원은 난임 전문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번 진료할 때마다 한 시간 이상을 대기한다. 그에 비해 진료시간은 5분 이내로 매우 짧다. 늘 진료실에 들어가면 마음이 바빴다. 할 말을 준비하고 들어갔다가 못하고 나오기 일쑤다.
솔직히 약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이식 후에 매일 같은 시간에 넣으라던 크리논겔. 그저 질정이라고만 알았지, 그 약이 배아에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 그때는 몰랐다. 배아 이식을 실패하고야 그 약의 효능과 역할(크리논겔은 자궁 내막에 작용하여 배아가 착상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임신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함)에 대해서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더 정성스럽게 넣었을 텐데..'
남편이 점심에 크로플을 해주겠다길래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맨날 이렇게 밀가루만 먹으니까 착상이 안된 거 아니야!!”
내가 먹어 놓고선, 애먼 사람에게 화를 냈다.
정말 밀가루가 자궁을 차게 한다던데 착상을 방해한 걸까.
과배란 유도제 때문에 찐 뱃살과 튀어나온 뒷구리 살이 보기 싫어서 홈트를 몇 번 했었는데, 그게 문제였나.
이식 3일째 어버이날이라고 외식을 한 게 무리였나.
착상에 좋다는 포도즙과 두유를 챙겨 먹지 않아서 이렇게 됐나.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빨래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이식 날, 장을 봐서 착상이 안 된 건가.
나는 수없이 많은 실패 이유를 곱씹으면서 나를 괴롭혔다. 많이 울었다.
남들은 잘도 해내는 것 같은데, 난 왜 이렇게 이 과정이 힘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