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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n 17.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⑨

신선배아 1차 실패_이제 난 어떻게 하지?

그렇게 이식을 한 지 12일째 되는 날, 피검사를 했다.

검사 수치는 0.1%.. 예상대로 내 배아는 착상조차 되지 않았다.

임신테스트기 결과가 한 줄이라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결과를 들으니 눈물이 났다.     


임신 시도야 다시 하면 되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임신 시기에 대한 남편과 나의 의견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음식취향, 영화 취향, 경제관념, 자녀양육이나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 등 많은 부분이 닮아 싸울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시험관 아이 시술을 진행하면서 자주 다퉜다. 나는 한 살이라도 빨리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했고 남편은 내년에 낳으면 호랑이띠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본인의 띠와 호랑이띠가 상극이니 출산을 피하고 싶다고 했다.


신선 1차를 성공했더라면 2022년 1월생 소띠를 낳을 수 있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병원에서 결과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괜히 말을 잘못했다간 불똥이 튈 것 같았는지 남편도 운전만 했다.


집에 와서 나는 바로 동결배아를 진행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어렵게 꺼냈다. 남편은 완강하게 호랑이띠 자식은 낳기 싫다고 했다.

그동안 이식을 진행하면서 가슴 한편에 차곡차곡 쌓였던 미움과 서운함이 폭발했다. 남편을 위해서 시험관 시술까지 했는데 이 사람 머릿속에 나는 없나 봐.


나는 그의 이기적인 말 때문에 충동적으로 이혼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정말 부부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를 낳고 싶었을까.'

'여성으로서, 그 존재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서 아이를 원했을까.'

'한국에서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낳지 않고 산다는 것은 반사회적인 생각이라서 출산을 하려고 했을까.'

'다른 부부들의 삶이 부러웠을까. 아이가 있어야 가족이 완전체인 것 같아서 임신을 원했을까.'


수많은 생각이 탱탱볼처럼 튀어 올랐고,

무수한 생각이 돌고 돌아서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나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첫 결혼이라, 첫아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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