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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n 25.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⑫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

내가 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아직 마흔도 안 되었는데 왜 휴직을 하냐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요즘엔 마흔 넘어도 애 잘 낳아, 걱정하지 마!"

     

휴직 전에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아직 마흔도 안 된 내가 임신을 위해서 휴직까지 한다고 하는 게 너무 유난스러워 보일까 걱정했던 때가 있었다.

내 나이가 서른아홉임에도, 빨라야 마흔에 출산하는 데도 사람들은 여유롭게 생각하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말했다.

"좀 있으면 승진해야 하지 않아? 한 2년만 열심히 일하고 승진한 후에 애 가져도 되지 않아?"

그때 되서 안 되면 어쩔 건데?

라고 대답을 했어야 했다.




난임 병원에 가면 보통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린다. 멀뚱하게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지친 얼굴로 대기 전광판만 기다리는 수많은 여성 동지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 사람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러다가 한 번은 진료실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담당의의 말을 듣고 눈물을 터뜨렸나 보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흔에 임신을 한다는 것은 그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는,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듯 - 소소하고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그래, 그들은 '시험관 아기 시술'이 있는데 뭐가 대수냐는 식이겠지. 요즘에 그것이 워낙 대중화되었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는 거겠지. 근데 그렇게 인위적으로 생명을 만드는 일이 그렇게 말처럼 쉬울까.      

본인이 안 해봤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닐까.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서 윗배, 아랫배가 임신한 것처럼 불룩해지고 뒷구리 살이 찐다. 호르몬 주사의 영향으로 기분이 널을 뛴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채취 전 운동이 좋다고 하니 흠뻑 땀을 흘린다. 커피는 진작에 끊었다. 채취 후에는 물론이고 이식하고 난 뒤에도 안심이 안 된다.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카페를 들락거리며 증상을 체크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열이 난다. 집에 있는 게 답답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갈 수도 없고 안 나갈 수도 없고.


왜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 없이 말을 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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