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삐 Sep 16. 2021

꿀삐의마흔출산기㉖

16주 일상#성별확인

16주에 진입했다. 16주의 주요 일정은 2차 기형아 검사!


서른아홉 살의 초산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가진 아이라서 처음 기형아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덜컥 겁이 났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어떤 검사가 있는지 정도만 설명을 해주셨었고 내가 결정하는 대로 진행하자고 말씀하셨다.

남편과 나는 많은 고민 끝에 설사 순둥이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낳는 거라고 결론을 내고 기본 검사만 진행했다.

1차는 12주 차에 초음파로 목 투명대 둘레를 확인하고, 피를 뽑는 검사를 했었고

2차는 16주 차에 진행하는데 보통 그즈음에는 초음파로 성별 확인이 된다고 해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담당 선생님은 초음파를 보면서 아기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혹시 성별도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한번 볼게요."


한참을 초음파를 보면 선생님이 갑자기 영상을 멈추면서 말했다.

"여기, 튀어나온 거 보이시죠?"

'튀어나온 거?'

'엇 보인다 보여'

순둥이는 아들이다. 아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서 울고 말았다.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간절한 마음이 삼신할머니에게 닿았나..?


요즘 대세는 '딸'인데 왜 '아들'을 바랐냐고?

결혼을 하기 전만 해도 난 '딸 바라기'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딸이 아니면 자식을 낳기 싫다고 말했을 정도니까.

그러던 내가 결혼 후 갑자기 아들을 원하게 된 이유는 결혼 후에도 지속되는 'K-장녀'로서의 부담감 때문이랄까.

나에게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남동생은 미혼이어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막내는 영원한 막내인가. 부모님께서는 내 동생에게는 아무런 기대가 없으신 반면 내게는 많은 것을 기대하신다. 특히 금전적으로..

"원래 이런 건 딸이 사주는 거야."

"다른 집도 딸이 효도한다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딸을 하나 더 낳을걸."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명절이나 생신에 드리는 용돈은 기본. 결혼 후에도 생활비를 드리고(아빠는 아직 퇴직 전..) 집안에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돈을 부담하는 건 오롯이 나랑 신랑의 몫이다. 내년에 아빠 퇴직 후에는 더 많은 생활비를 원하는 눈치인데(말로도 했음) 물론 부모님이니까 드릴 수는 있는데 왜 항상 첫째라는 이유로 나만 부담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결혼을 한 후에 드는 생각인데. 

왜 엄마는 내 결혼을 말리지 않았을까?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커다란 희생을 요구하고 맞벌이를 하더라도 세심한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는 걸.. 딸은 며느리가 될 수 없다는 걸.. 같은 여자로서 겪었기에 다 알면서도 내게 왜 결혼은 필수라고 말했을까.

순둥이가 딸이었다면 결코 결혼 만은 안된다면서 반대할 생각이었는데, 아들이라 정말 다행스럽다.


암튼! 건강한 사내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나는 체력을 좀 더 기를 예정이다.

아들 엄마는 강한 엄마가 된다고 하니 강해지는 내 모습도 잘 지켜봐야지!! 훗.

출처 : 맘카페에 올라온 엄마 들의 글 보고 내가 정리


작가의 이전글 꿀삐의 마흔출산기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