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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Nov 06. 2021

꿀삐의 마흔출산기㉞ 임신성 당뇨 검사

임신 24주  #공포의 임당 검사

임당 검사 D-1

날씨 좋은 주말라서 남편과 백화점 구경도 가고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후 신라호텔에 들러 녹차 초콜릿 케이크를 살포시 안아왔다.

집에 와서 케이크 상자를 펼치던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어? 내일이 임당 검사잖아?

나 어떻게 하지? 식 코스요리를 먹고 왔는데?!

후..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일말의 양심이란 건 또 있어서 다시 장고에 넣었다.

검사 끝나면 폭풍 흡입할 테야..


임당 검사 당일

검사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금식하고 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예약할걸.. 그럼 결과를 조금 일찍 받을 텐데..


전날 중식의 영향으로 당 수치가 높을까 봐 당일 아침 점심은 단백질 반찬 위주의 한식으로 먹고

매일 먹는 홍시와 믹스커피는 패스했다.


점심은 11시 30분에 먹고  시간 전12시부터는 물도 먹지 않았다.

병원에 2시에 도착했고, 간호사는 음료를 하나 주었다. 

한 번에 마시면 혈당이 훅 오른다고 들어서 홀짝홀짝 마시려고 했는데 간호사가 보고 있는 바람에 콸콸 쏟아 먹었다. 어릴 때 소아과에서 주던 물약 맛. 너무 달아서 물이 먹고 싶었지만, 한 시간 동안 물도 먹지 말라고 하셔서 참았다.


진료실에 들어가 초음파를 봤는데 순둥이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 - 고위험군이라서 재검사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일주일 이내에 오셔서 재검을 하셔야 해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 체중은 지금 관리 잘하고 계시긴 하는데 앞으로도 한 달에 1 킬로그램 정도만 늘린다고 생각하시고 골고루 드셔야 해요.

나 - 네? 1킬로요?

선생님 - 네. 과일 많이 드시지 말고 특히 겨울철에 많이 먹는 고구마를 조심하세요.

나 - 네...

.. 한 달에 1 킬로그램이 웬 말?

1 킬로그램은 하루 만에도 찌는 거 아닌감?

여하튼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채혈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있던 케이크를 풀다.

"오빠 마지막 만찬일지도 몰라, 결과 나오기 전에 빨리 먹자"

오빠는 한 입 베어 물더니 케이크가 왜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이 나냐면서 눈 휘둥그레 떴다.

정말 말차 시트와 생크림이 하나도 안 달다.

희한하네!

시트에도 설탕이 들어가고 생크림 휘핑할 때도 설탕을 넣었을 텐데.. 단 맛을 어떻게 낸 거지? 역시 호텔 베이커리 파티시에라 다른 건가?!

둘이 그 자리에서 반 판을 먹었을 즈음 문자 수신 소리가 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꺄올! 정상이라니! 정상이라니!!

후.. 그동안 클린한 식단은 못했어도 매일 같이 걷기 운동한 효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게 아닐까?!


임당 검사 D+1

은 케이크 반판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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