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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Nov 06. 2021

꿀삐의 마흔출산기㉟ 반려견과의 이별

#꼭 다시 만나자

2021년 11월 3일.

올해 열여덟 살이 된 우리 산이가 별이  날.

남들은 열여덟 살이면 오래 살았다고 하겠지만 자식 같이, 동생 같이 키운 아이라 산이와의 이별을 친정식구들 모두 힘겹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주만에 친정에 녀온 날.

산이 발바닥이 차갑고 몸에 뼈밖에 남지 않은 걸보고 이제는 산이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떠난 뒤 두 시간쯤 후에 엄마 품에 안겨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산이는 내가 가기 전에 거의 열흘 정도 식음을 전폐했다고 하면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텼다고 한다. 내가 좀 빨리 찾아갔더라면, 산이의 힘든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나 때문에 힘들게 며칠을 견뎌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슬펐다.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우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정작 산이는 편안하게 잘 갔는데 왜 우냐고 자꾸 울면 미련이 남아서 편히 떠날 수나 있겠냐고 말했다. 마지막 순간에 잠을 자듯 편안히 고통 없이 보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산이의 소식을 듣고 한참 오열하기는 했지만 그 오열의 양은 내가 울고 싶었던 만큼의 1/100 밖에도 되지 않았다. 나는 뱃속의 내 새끼가 걱정되어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


소중한 존재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또 다른 소중한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 시간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다.


다음날 나는 혼자 있어야 할 엄마가 걱정이 되어 친정에 갔다. 산이는 아침에 아빠 품에 안겨서 텃밭으로 간 뒤였다. 늦은 오후 양지바른 곳에 산이를 묻고 돌아온 아빠는 며칠 새에 부쩍 늙어 보였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산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가끔 각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벌게진 눈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서로 모른 체했다.


산이는 떠나면서 우리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시간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나는 산이와 이별을 맞이하면서 부모님, 남편, 동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가족과의 이별을 불편하게만 생각해서 피할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 가족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잘하기.

- 산이를 잊지 않기.

사랑하는 울 산이, 이 자리에 영원히 잠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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