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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n 06.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④

드디어, 시작된 시험관 시술

생리 시작일부터 난자 채취일까지 이런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4.21. (생리 시작 3일째)_ 병원 진료. 과배란 유도 주사 처방(고날에프펜/5일 용량 총 900IU)

4.21.~4.25. (생리 시작 3일째~7일째)_ 과배란 유도 주사 맞기(매일 1회 225씩 복부에 자가 투여)

4.26. (생리 시작 8일째)_ 병원 진료. 초음파 확인 및 과배란 유도 주사, 조기 배란 억제 주사 처방

   - 난자 15개 확인, 과배란 유도 주사 양 줄여서 이틀 동안 하루 1회 75IU씩 복부에 자가 투여(아이브이에프엠 에이치피 2일 용량 총 150), 조기 배란 억제 주사(오가루트란) 복부에 자가 투여

4.28. (생리 시작 10일째)_ 병원 진료. 초음파 확인 및 난포 터지는 주사 처방

   - 난자 17개(왼 8개, 오른 9개) 확인, 난자 채취 일자 결정, 밤 8시 30분에 난포 터지는 주사 2대 복부에 맞기, 자기 전에 질정 1개 넣기

4.29. (생리 시작 11일째)_ 자기 전, 질정 1개 넣기

4.30. (생리 시작 12일째)_ 난자 채취


[주사 맞으면서 했던 것] 고단백‧야채 위주 식단 관리와 매일 1시간 이상 운동


매일 한 시간 운동하는 것 외에는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고 매끼 고기와 야채를 챙겨 먹는 게 여간 번거롭다 못해 귀찮다. 남편은 구워 먹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밥을 차릴 때마다 손이 두 배로 든다. 한 끼를 먹으면 다음 끼니 걱정을 해야 한다.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으면서 내 몸은 이상해졌다.

- 주사 맞은 지 3일째부터 누가 배를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음

- 밥을 안 먹었는데(배가 고픈데) 배가 나와 있음. 아랫배가 붓는 느낌이 들면서 더부룩하고 가스찬 느낌

- 4.26. 부터는 화장실 가는 빈도가 잦아짐. 화장실을 다녀오면 바로 소변이 마려움(방광이 압박되는 것 같음)

- ‘배란일’ 일 때 느끼는 증상을 느낌_분비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빵빵해짐

- '그 날'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해짐

나는 짧은 시간 동안, 생전 겪어보지 못한 증상과 기분을 경험했다.


과배란 유도 주사, 그게 뭐길래 

일반적인 배란은 한쪽 난소에서 1개의 난자를 생성하고, 한 달 후 다른 쪽 난소에서 난자를 생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무리 건강한 여성이라도 난자는 한 달에 하나만 나오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과배란 유도 주사는 여러 개의 난자 배란을 유도해 임신 확률을 높인다. 


나는 시험관 시술을 하기 전에 오해했던 것이 있었다. 여성의 몸에는 평생 나와야 할 난자 수가 정해져 있는데, 시험관 시술을 하면 난자를 미리 채취함으로써 폐경이 빨라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 오해와 달리 난자 채취를 많이 한다고 해서 폐경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매달 월경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여러 개의 난포가 형성되었다가 이 중 단 한 개의 우성 난포만이 생존하여 배란되고, 나머지 난포들은 퇴화하여 사라진다. 과배란 유도 주사는 이 퇴화하는 난자들까지 우성 난포처럼 키워 성숙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 달에 하나만 나와야 하는 난자를 몇 개씩이나 성숙시키는 인위적인 이 과정으로 인해 나는 이상한 부작용을 겪은 것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 내 몸을 혹사시키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한편으로는 엄마의 인생이 이런 건가 싶어서 서글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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