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21년이 어떤 해였더라.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한 해의 마지막이 지나갔다고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좀 우습긴 하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특별한 사건이 몇 개 있긴 했었다.
휴직, 시험관 시술, 임신.
생애 처음이라서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했다.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결정의 연속이었다. 주사바늘로 배를 찌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고, 단 번에 끝날 줄 알았던 시험관 시술이 실패해서 맥주를 마시면서 울었던 날도 있었다. 임신만 하면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증상-입덧, 변비, 소화불량, 체중 증가, 체력 저하-이 지속되면서날 지치게 했다.
그래도 일 년 동안 너무 행복했다.
처음으로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오롯이 나를 위해서 쉬는 시간이 생겨서 감사했고 생명을 잉태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격스러웠다.
힘든 일도 있었다. 예기치 못하게 반려견과의 이별을 맞이했다. 밝게 웃으며 잘 보내줬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흐르고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은 나에게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다. 마음 아프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그저 힘들기만 했던 게 아니라 새로운 생명과 희망으로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던 날들이었다.
휴직 기간에 뭐라도 남겨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한 브런치.
벌써 마흔일곱 번째 페이지를 쓰고 있다. 매번 찾아와서 흔한 일상이야기를 읽어주고 공감을 눌러주시는 분들덕분에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