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배우기
목공인이라면 누구나 멋지게 대패질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거다. 끊어지지 않고 길고 얇게 대패집에서 뽑혀 나오는 대패밥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감탄과 함께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흥분하기도 했을 거다.
목공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듣고 보는 것이 많아지면서 이런 로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바람이 쌓여가다 어느 순간에는 좋은 대패와 얇게 대패하는 기술을 우러러보기도 하고 좀 과장하면 대패를 성스러운 물건으로 여기게 되거나 목공은 대패가 전부인 듯이 생각하게 되는 불합리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대패를 중요한 공구한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목공에서 아주 중요한 공구 중에 하나가 틀림없다. 목재를 평평하게 가공하는 평삭이나 특정한 모양으로 깎아내는 형삭에서 대패를 대체할 공구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유튜브나 인스타 릴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멋지게 대패가 되는 일은 실제 세상에서는 항상 재현되지 않는다. 그런 영상은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대패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실의 실전에서는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진 상황이 아닐 때가 많다.
생각대로 잘 되기도 하지만 간 혹 대팻밥이 끊어지거나 두껍게 대패가 되기도 하고, 표면이 뜯기기도 한다. 항상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전문 목수라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고, 그럴 경우 당혹스럽다.
이걸 조금이라도 더 극복하려고 대패 연습에 몰두하기도 한다. 날을 갈고, 대패집을 고치고, 대패하는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말이다. 이런 노력들이 무의미한 건 아니지만 목재 표면을 깨끗하게 마감하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그렇게 가성비 떨어지는 노력을 그만해도 된다.
좀 더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목수라면 대패로 힘든 마무리에는 스크래퍼를 찾을 거다. 대패로 곤란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공구가 바로 스크래퍼이기 때문이다.
스크래퍼는 아래 사진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카드형 스크래퍼가 많이 쓰인다. 날을 세운 모서리로 나무 표면을 긁는다. 대패는 나뭇결에 따라서는 뜯기는 경우가 있우가 있는데 그와 달리 결방향과 상관없이 얇게 표면을 마감할 수 있는 공구이다.
대패나 끌처럼 날을 연마해서 써야 하지만 다른 점은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날 끝에 미세한 고리 모양의 버(burr)를 만든다. 버를 만드는 과정은 아래 순서로 한다.
1. 줄로 기존 무뎌진 버를 제거한다.
줄을 스크래퍼 옆면과 직각으로 모서리 면에 대고 갈아서 기존에 있던 버를 말끔히 제거한다.
2. 숫돌에 연마한다.
줄로 갈아낸 모서리면과 옆면을 숫돌에 갈아 거친 자국을 없앤다. 거친 숫돌부터 시작해서 고운 숫돌로 마무리한다.
3. 버를 만든다.
스크래퍼 옆면에 버니셔를 밀착한 상태로 3-4번 밀어준다.
다음에는 스크래퍼 모서리면과 버니셔를 0도~15도 각도로 기울여서 3-4번 밀어두면 모서리 바깥쪽으로 버가 생긴다. 각도가 클수록 더 깊게 긁어낼 수 있다.
모서리에 손가락 끝을 걸고 살짝 당겼을 때 까칠함이 느껴지면 버가 만들어진 것이다.
날카로운 스크래퍼로 긁어낸 결과물은 아래 사진처럼 나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대패로 하기 어려운 목재 표면을 만났을 때 끙끙거리며 씨름하지 말고 스크래퍼를 떠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