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도 글을 쓴 이유

출간 가능성 0%

by 이유신

마구잡이로 책을 읽다가 종종 드는 생각은 '내가 이거보다는 잘 쓰겠네.' 할 때였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생각처럼 글이 써지지 않았다. 아무도 못 봐줄 일기 수준의 글이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점은 너무 컸다. 읽으면 읽을수록 써야 한다는 강박감도 생겼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쓸 용기조차 없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두려움과 거부감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했다. 인간관계도 한정적이었다. 지금 아는 사람들만 유지하고 생활하고 싶었다.


책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나를 밀어붙였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기록하라고 다그쳤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이 따라주지 않았다. 일기 같은 글을 5년 정도는 썼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보기 싫을 정도로 오그라드는 내용들이었다. 그런 내가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제대로 마음먹고 쓰게 된 지는 20년도부터였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쓸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이야기에서 휠체어를 타게 된 사고를 뺄 수 없었다. 썼다가 지웠다가를 몇 백 번은 한 거 같다. 정말 쓰기 싫었지만 과거가 없으면 지금의 나는 없는 거였다.

출간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일단 쓰기부터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야 글이 계속 써질 것 같았다.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책 분량 정도의 글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또 그만큼 수정에 시간이 걸렸다.


아무도 봐줄 것 같지 않는 글을 언제까지 할지 몰랐다. 이게 맞는지 계속 가야 하는지 확신도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썼다. 매일 썼다. 때로는 울면서도 썼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글을 쓴다고 다 출간이 되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여야 하고, 독자가 뭔가 얻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했다. 글이 좋다고 출간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유명한 사람도 스펙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출판사 입장에서 책을 잘 팔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출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거였다.


씁쓸한 현실 -

출판사가 원하는 작가는

유명 연예인이거나 팔로우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다.

사람들이 워낙 책을 안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독자가 보장된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시대다.

나에게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글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많은 세월 동안 글쓰기를 멀리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_ 나탈리 골드버그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keyword
이전 06화독서할 때 버려야 하는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