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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Dec 14. 2022

다시, 스릴러

책,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내가 책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처음 읽은 건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오랜 시간 기억이 났다. (뭐, 읽은 책이 몇 권 없어서 기억에 오래 남은 건지도)

 시간이 많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잔인했었나, 싶을 정도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 참. 나 예전에 스릴러물 좋아했었지' 지금은 취향이 바뀌어서 스릴러물을  즐기지 못하고 움츠려 든다. 추리물, 스릴러물을 보려면 이젠 용기를 최대한 내서 봐야 한다.

 책 내용은 의문의 부부에게 섬으로 초대된 8명과 저택 관리자인 2명 사이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이야기다. 한 명씩 의문의 죽음마다 미스터리로 남고, 나중엔 제목처럼 아무도 없다.

“인생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죽음과 함께 있어요.” _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땐 내용에만 중했다면 지금은 '죽음'과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아무리 죽음이 가깝다고 해도 이 소설처럼 허망하게 죽는 건 너무 싫다. 가야 할 때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잘하며 아프지 않고 가고 싶다.

 목적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니 중간에 길을 잃을 염려를 덜 수 있다.

 나도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잘 살고 싶어서, 우울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면 우리 모두를 이 섬에 끌어들인 목적이 무엇일까요?”  _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영국 드라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예전엔 책이 집에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건지 찾을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오래된 건지 아니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빌렸던 건지 책 표지는 테이프에 감겨있었고, 책장은 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테이프, 끈... 스릴러물답다.

 책을 읽으며 정말로 무서웠던 건 책이 너무 너덜너덜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세게 책장을 넘긴다면 찢어질 것 같은 위기를 몇 번이나 느꼈다는 것이다.


 두려움 - 이 낱말은 얼마나 이상스러운 것인가....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 그녀는 정복한 것이다 - 정말로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어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녀는 순간적인 판단과 기민함으로 자기를 파멸시키지도 모르는 상대를 넘어뜨렸던 것이다. _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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