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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동물농장

조지 오웰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월 1일


독재 정권은 대체로 부패로 이어진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국가들의 많은 독재자들은 한번 잡은 권력을 쉽게 놓지 않으려 했고, 그 속에서 저항하는 많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핍박했다.


오웰은 독재 및 장기집권에 대한 병폐와 비극적 결말을, 농장 속 동물들을 통해 너무나도 재미있고 참신하게 표현했다.


독재와 부패는 난폭한 폭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 운영과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국민들이 있어야 진정한 독재가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라면, 우리의 눈을 막고 귀를 가리기 위한 저들의 수많은 전략과 책략에 속지 않고,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자와 대표당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영향력 행사를 해야 한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노동의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 11 페이지

동물농장의 혁명을 이끌어낸 돼지, 메이저의 발언이다. 빈부격차의 이유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근본적인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설명하며, 무지한 동물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하나가 되어 인간과 싸울 수 있게끔 북돋는다.


<일곱 계명>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28 페이지

동물농장의 혁명 이후, 그 혁명을 주도했던 신흥 지배 세력인 돼지들이 만든 농장 규칙이다. 이는 지금으로 따지면 헌법에 해당한다. 지극히 평등하고 이전 지배 세력에 대한 경계가 드러나는 구절들이다. 그러나 훗날 돼지들의 독재와 부패로 인해, 이 법안들은 지속적으로 수정된다.


이 대목에서 스퀄러는 거의 호소하듯 말했다. 그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리고 꼬리를 탈탈 털며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동무들, 여러분 중에 설마 존스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분은 없겠지요?” – 39 페이지

혁명 이후 농장 집권을 성공한 돼지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더 많은 사유 재산을 챙기기 시작한다. 무지한 동물들은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가벼운 의구심을 갖는다. 이때 선동자 스퀄러는 항상 존스를 언급하며 그들의 부패함을 덮는다. 이미 사라진, 절대적인 악이었던 존재를 통해, 그보다는 덜 악한 자신들을 변호하는 것이다.


이는 사이비 종교에서 포교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그들은 신도들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지옥에 간다’는 명분으로 더 많은 정신적, 물질적 희생을 강요한다. 지옥에 가는 것만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이비 교주들의 악한 행동을 방조하고 동조하게 된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절대악과 지금의 현상에 대한 연관관계를 생각해야 하고, 항상 합리성을 유지한 체 의사결정 해야 한다.


그의 두 가지 슬로건인 “내가 더 열심히 한다.”와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가 그에게는 모든 문제에 대한 충분한 해답 같아 보였다. – 64 페이지

부패한 독재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큰 요인은 바로 ‘복서’이다. 그는 농장에서 가장 힘이 세고 성실한 동물로, 합리적 사고 없이 무조건적으로 돼지들을 신봉하고 믿는다. 또한, 농장에서 가장 성실하게 일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의 존경심을 사고, 이는 결국 돼지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으로 이어지게 된다.


독재 정권의 가장 큰 적은 깨어 있는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고 단체적인 행동을 하는 순간, 그들의 모든 권력과 체제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권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회적 인물에 대한 포섭이 필요하다. ‘저 사람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또다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


뭐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모두 “스노볼이 그랬다.”가 되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배수구가 막혀도 꼭 누군가가 나서서 지난밤 스노볼이 들어와서 그랬다고 말했다. 광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에도 온 농장은 스노볼이 열쇠를 우물에 던져 넣었다고 확신했다. – 78 페이지

돼지들의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한 또 한 가지 술책은 ‘스노볼’이다. 농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과 이유를 스노볼과 엮으면서, 동물들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이게 과연 통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읽고 쓸 줄 모르는 동물들에게 있어 이 방법은 너무나 적중했고, 미개한 동물들은 스노볼에 대한 분노만을 표출하며 돼지들을 따르게 된다. 오웰은 독재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매한 국민임을 다시 한번 꼬집는다.


뮤리얼이 제6계명을 읽어 주었다. 계명은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로 되어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그 ‘이유 없이’라는 두 단어를 동물들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두 단어가 있는 한 일전의 살육이 계명 위반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스노볼과 한 패거리가 된 반역꾼들을 죽이는 건 분명 이유가 있는 일이었으니까. – 90 페이지

돼지들의 농장의 계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수시로 바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물들의 대다수는 글을 읽을 줄 모르고, 읽을 줄 아는 몇몇 동물들은 농장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따라서 현재의 농장은 독재 정권이 판을 치기 가장 좋은 상태이자 조건인 것이다. 정권은 국민들을 속이고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고자 교묘하고 은밀하게 헌법을 수정하고 공표한다.


4월이 되자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고 대통령 선출이 필요해졌다. 후보는 오로지 나폴레옹 하나뿐이었고 그는 만장일치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같은 날 스노볼과 존스 사이의 공모 내용을 더 자세히 밝혀 주는 새로운 문서들이 또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 111 페이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다. 유명무실한 공화정 체제 속에서 유일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그 불합리를 숨기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뉴스들이 배포된다. 이쯤 되면 오웰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대만민국을 왔다 간 것은 아닐까? 싶다.


추도 연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던 날, 윌링던의 어떤 식품 가게 마차 한 대가 농장으로 올라와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를 돼지들의 본채에 전달하고 돌아갔다. 그날 밤 본채에서는 왁자지껄한 노랫소리가 들리고,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도 들리더니 밤 11시께에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잠잠해졌다. 다음 날 정오가 될 때까지 본채에서는 돼지 한 마리도 부스럭거리지 않았다. 돼지들이 어디에선가 돈이 생겨 위스키를 한 상자나 사서 마셨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 120 페이지

돼지들의 부패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동물들을 선동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혁명을 이끈 그들은, 어느새 그들이 몰아낸 인간들의 집에서 인간들의 행세를 하고 있다. 탐욕 정권을 주도하는 동물을 돼지로 설정하여, 뭔가 더 탐욕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스퀼러는 매일 대부분의 낮 시간을 양들과 함께 보낸다. 양들에게 무슨 새 노래를 하나 가르치는데, 그러자면 비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126 페이지

이 소설에서 양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돼지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동물들의 의심과 혼란이 생기는 순간마다, 양 떼들이 나타나 동물들의 주적인 인간에 대한 경계로 시끄럽게 외쳐, 동물들의 집중을 흐트러트린다. 그러면 동물들은 또 집중력을 잃고 돼지들의 이야기에 다시 선동되기 시작한다. 양들은 독재 정권의 ‘언론 통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 135 페이지

돼지들은 결국, 동물농장의 근본적인 주적이었던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간의 집에서 인간의 도구들을 사용하며, 최초의 제6계명을 모두 어기고는, 결국 두 발로 직립 보행하며 인간들과 함께 술판을 벌인다.


동물들은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심정일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 이 불합리를 고쳐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허나 그들이 진정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혹여 지난번과 동일하게 리더십이 강한 영웅의 리딩만을 기다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시간은 흐르고 문명과 과학은 계속적으로 발전한다. 다만, 한 가지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변하고, 과학의 발전으로 더 오래 살 수 있고, 생존과 번식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인간 본연의 본능과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역사는 미래의 거울과도 같다. 역사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탐구와 암기를 위함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앞날을 어떻게 펼쳐질지 또한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행동과 결정들을 학습하면,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 속에서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할지 예상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위기를 대비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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