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리뷰] 윤희에게

임대형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3월 23일


이 영화는 추천받아 본 영화로, 어떠한 배경지식이나 선입견 없이 감상했다.

일단 예전 프로듀스 101 아이오아이의 김소혜를 만나 반가웠다.

나의 원픽이었다. (픽미픽미 픽미업!)


영화는 한없이 눈이 내리는 홋카이도의 오타루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디든 눈이 한가득 쌓여 있어, 이 순백의 눈이 극 중 인물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느낌도 들었다.


작년 겨울 쓰라린 이별을 잊기 위해 떠났던 삿포로에서,

소복이 쌓여 있는 눈의 모습을 보며 잔잔한 위로를 받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흰색, 쌓임, 포근함, 뽀드득…

눈이 갖는 여러 특징들은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영화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러 사랑들에 대하여 느껴진 바를 하나씩 기록하고자 한다.




윤희와 료코의 사랑

두 여자의 사랑은 동성애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 교제했지만, 사회와 부모의 반대로 연이 끊기게 된다. 마지막에 료코에게 보낸 윤희의 편지를 보면, 윤희의 부모님은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보았고, 윤희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받게 했다. 오빠 용호 또한 끝까지 그녀의 그런 삶을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희가 사는 세상과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의 성향을 밝히기에는 너무나도 냉혹하고 무자비한 곳이다.


윤희와 새봄의 사랑

모녀의 사랑이다. 일방적인 느낌보다는 쌍방적인 느낌이 컸다. 아니, 반대로 새봄이 윤희를 더 많이 생각하고, 엄마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성인 전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잘못했지만, 그래도 참 잘 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은 가지만 선뜻 연락할 수 없었던 윤희와 료코를 연결해 준 후, 터덜터덜 하늘을 보며 걸아가는 새봄의 뒷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봄과 경수의 사랑

둘은 고등학생 커플이다. 경수는 공부에는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집은 좀 사는 것 같다. 고등학생이 제네시스로 드라이브를 하니 말이다. 귀엽게 투정 부리는 새봄을 항상 받아주고 응원하는 경수는 새봄의 가장 큰 버팀목이다. 그리고 너무 착하게 생겼다. (내 스타일?)


인호와 윤희의 사랑

가장 비극적인 사랑이다. 특히 인호라는 인물에 크게 이입되었고, 마지막에 윤희에게 재혼 소식을 전하며 우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슬펐다. 인호는 언젠가 새봄에게, 엄마랑 있으면 항상 외로웠다고 이야기한다. 윤희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편’과 ‘아빠’라는 책임감이 강한 그는, 항상 윤희를 보러 찾아오고 새봄에게도 사과한다. 그래도 새봄까지 알아본 좋은 사람과 재혼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에서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사랑의 유형이다. 종교적인 반대도 심하다. 주변만 보더라도 ‘여자 좋아한데, 남자 좋아한데’라는 말은 적지 않은 놀라움을 선사하곤 한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흥수가 생각이 났다. 종교적 믿음이 독실한 흥수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의 동성애적 성향을 질병으로 취급한다. 여자인 재희와 동거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다행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두 영화 모두 동성애로 인한 비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막을 내린다.


이런 계속적인 두드림을 통해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유학 시절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이러한 대화를 종종 하곤 했다. 동거와 이혼 그리고 동성애에 대하여 유독 아시아권 국가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그러나 절대적인 행복의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 그것들이 나쁜 꼬리표로 붙고, 어떤 흠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필히 개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생각이 맞다고 말하고 표출하는 시도와 도전에는 항상 큰 찬사를 보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리뷰]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